‘틱톡 어워즈 2025’가 보여준 변화: 빅오션의 사회적 메시지, 코르티스의 루키 질주
숏폼 무대에서 증명된 팬 참여, 그리고 음악의 확장성. 수어 퍼포먼스로 감동을 만든 빅오션, ‘글로벌 루키’로 도약한 코르티스까지—올해 틱톡 생태계가 어떻게 K-팝의 무게 중심을 바꾸고 있는지 정리했다.
틱톡 어워즈 2025: 시상식 이상의 풍경
올해 틱톡 어워즈 2025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렸다. 무대의 구성이 화려했던 것은 맞지만, 더 인상적이었던 건 ‘플랫폼이 만든 문화’가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흐른다는 점이었다. 단지 인기 있는 콘텐츠를 뽑아 명패를 붙이는 자리가 아니라, 1년 동안 숏폼 생태계를 흔든 아이디어와 팬 참여의 궤적이 한 번에 모여드는 장면에 가까웠다.
현장의 공기감은 기존 음악 시상식과 다소 달랐다. 수상 소감에도 ‘챌린지에 참여해줘서 고맙다’, ‘틱톡이라는 공간에서 표현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는 문장이 유독 많이 등장했다. 예전엔 방송 무대가 정점이었다면, 지금은 팬과 함께 만든 10~20초의 클립이 아티스트의 성장을 가속하는 핵심 단서가 됐다.
이날 가장 화제를 모은 두 축은 분명했다. 사회적 메시지를 퍼포먼스로 확장한 빅오션, 그리고 루키 클래스의 스케일을 단숨에 키워버린 코르티스. 두 팀의 공통점은 ‘틱톡을 지렛대로 삼아 메시지와 몰입을 배가시켰다’는 것이다.
빅오션: 수어와 음악이 만난 순간의 울림
빅오션은 ‘소셜 임팩트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스스로를 “수어로 노래하는 팀”이라고 소개하며, 수어와 함께 수상 소감을 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날 무대의 방향을 설명할 수 있다. 음악이 들리는 영역을 넘어 보이고 느껴지는 영역으로 확장된 셈이다.
“들리는 음악을 넘어서 보이는 음악, 느끼는 음악을 하겠다.”
이 선언은 단지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팬덤 내부에선 이미 수어 안무를 따라 하거나, 자신의 언어로 해석해 제작한 짧은 리믹스 영상이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숏폼은 메시지의 복제 속도를 높였고, 수어라는 보편적 접근성을 플랫폼의 레일에 올렸다.
결국 ‘소셜 임팩트’라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음악을 통해 작은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겠다고 한 목표가 틱톡에서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의 문턱이 낮아진 환경은 ‘감동을 목격하는 관객’을 ‘함께 만드는 동료’로 전환시킨다.
코르티스: ‘글로벌 루키’가 증명한 팬 동력
코르티스는 ‘글로벌 루키’ 상을 품에 안으며 2025년 숏폼 트렌드를 이끈 신예로 자리매김했다. 계정 개설 한 달여 만에 데뷔 동기 중 팔로워 1위를 기록했고, 수백만 팔로워 규모로 단숨에 생태계의 중심에 들어섰다. ‘GO!’, ‘FaSHioN’ 같은 곡은 챌린지와 밈의 번식력을 타고 공연장의 에너지를 그대로 온라인으로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의 무대 매너가 숏폼 문법과 잘 맞물린다는 점이다. 후반부 객석을 누비고 테이블 위에서 랩을 뿜어내는 동선은 ‘캠 한 대’로 담아도 임팩트가 살아나는 장면들이다. 공연이 끝나고도 수십, 수백 개의 10초 조각이 생태계 전역을 순환한다. 요즘의 루키는 음원 지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순환 가능한 순간’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냈는지가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됐다.
코르티스가 전한 소감—“세상의 규칙에서 벗어나 자신을 표현하는 자리”—는 틱톡이라는 플랫폼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다. 알고리즘이 ‘정답’을 알려주는 곳이라기보다는, 예상 밖의 시도를 빠르게 실험하고 응답을 확인할 수 있는 실험장에 가깝다.
숏폼이 바꾼 무대 문법과 팬 경험
과거에는 무대를 ‘풀 버전’으로 감상하고, 하이라이트를 언론이 편집해 배포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지금은 반대로, 하이라이트가 먼저 터지고 그 여파로 풀 버전에 대한 기대가 쌓인다. 이 전환은 관객의 체감 시간을 재배치한다. 3초의 강렬한 훅, 7초의 군무 포인트, 15초의 떼창 구간이 독립적 콘텐츠로 날아다닌다.
팬 경험도 달라졌다. 단순 시청을 넘어, ‘재현 가능성’이 참여를 촉발한다. 예를 들어 수어 안무는 진입 장벽이 낮으면서도 의미는 깊다. 밈화되기 쉬운 동작, 따라 하기 편한 동선, 반복 가능한 음절—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 알고리즘은 자연스럽게 순환을 키운다.
무대 뒤편 제작 환경도 바뀌었다. 디렉팅 단계에서부터 ‘클립 포인트’를 설계한다. 카메라 동선, 동작의 시작-정지 타이밍, 조명의 컷 포인트가 초 단위로 분해된다. 한 번의 공연이 수십 개의 유통 가능한 콘텐츠로 분해되는 시대, 매니지먼트와 크루의 역할은 더 정교해졌다.
챌린지의 진화: 참여를 넘어 공동 제작으로
챌린지는 더 이상 ‘따라 하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리믹스, 듀엣, 스티치 등 협업 장치들이 기본값이 되면서, 팬은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공동 제작자로 올라섰다. 빅오션의 수어 포인트는 해석의 여지가 넓어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자신만의 맥락을 입힌다. 코르티스의 ‘GO!’는 동작 템포와 표정 연출을 미세하게 변주하기 좋다.
관찰 포인트
1) 5~9초 지점의 표정 변화, 2) 오디오 드롭 구간의 손 제스처, 3) 카메라를 향해 전개되는 시선 처리 — 이 세 가지는 재생 유지율을 끌어올리는 대표 변수다.
중요한 건 ‘입구’를 낮추되 ‘출구’는 넓게 두는 전략이다. 기본 동작은 단순하게, 하지만 응용 레이어는 풍성하게 설계하면 참여의 다양성이 커진다. 이 구조 속에서 우수 사례는 다시 신호등처럼 새 참여자를 이끈다.
브랜드와 아티스트가 얻는 실질적 이점
1) 검증 가능한 관심
숏폼은 관심의 단위를 재생수와 시청지속, 재노출률 같은 지표로 세분화한다. 수치가 모든 걸 말해주진 않지만, ‘어떤 포인트가 작동했는지’를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 코르티스처럼 신속히 성장한 팀은 초기 가설-실험-수정의 속도가 빠르다.
2) 글로벌 동시성
플랫폼 특성상 국가 장벽이 낮다. 새벽에 올라온 클립이 오후엔 해외 실시간 트렌드에 합류한다. 빅오션의 메시지처럼 보편적 정서를 가진 콘텐츠는 번역 없이도 도달한다. 언어보다 제스처, 리듬, 얼굴의 감정이 더 강력한 신호가 된다.
3) 공연-커머스의 선순환
무대→클립→챌린지→스트리밍→공연 재확산의 선순환 고리가 굴러간다. 굿즈나 티켓이 자연스럽게 관심의 흐름 속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메시지와 참여의 핏이 맞아떨어지면 전환율은 생각보다 가파르다.
공정성, 지속성, 번아웃: 우리가 짚어야 할 과제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알고리즘의 가변성은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어제의 최적화가 오늘은 통하지 않을 수 있고, 실험의 실패는 빠르게 드러난다. 남는 건 결국 ‘지속 가능한 루틴’이다.
공정성 이슈도 있다. 도달의 편향, 중복 챌린지의 피로도, 스팸형 참여의 범람은 생태계를 쉽게 소모시킨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건 ‘의미 있는 포인트’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규칙을 가볍게 제안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수어 포인트를 사용할 때 기본 매너를 공유한다든지, 크레딧 표기를 디스크립션 템플릿으로 배포하는 식의 자율 규범이 기능한다.
무엇보다 번아웃을 조심해야 한다. 매일 올라오는 하이라이트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면, 주간 단위의 리듬을 정하고 작업과 휴식의 그루브를 타는 게 중요하다. 고정 코너, 실험 코너, 쉬는 날—이 세 가지가 균형을 잡아준다.
2025년 틱톡 음악 트렌드 관전 포인트
1) 보이는 퍼포먼스의 확장
수어, 표정 연기, 카메라와의 밀착 상호작용이 늘어난다. 빅오션처럼 메시지 기반의 퍼포먼스는 각국 크리에이터의 재해석을 통해 더 넓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2) 하이브리드 스테이지
공연장에서 ‘클립 퍼스트’를 전제로 설계한 장면이 늘어난다. 코러스를 향해 압축되는 조명, 탑샷 드론/지미집의 2~3초 스윕, 관객 측 카메라를 위한 사이드 라인 안무 등은 이제 무대의 기본 문법이 됐다.
3) 인터랙티브 사운드
드롭 직전 호흡, 브릿지의 미세한 뮤트, 콜 앤 리스폰스용 애드리브가 의도적으로 박제된다. ‘녹화해서 바로 쓸 수 있는 소리’가 좋은 소리로 평가받는다.
팬과 크리에이터를 위한 실전 팁
팬을 위한 5가지
- 좋아하는 포인트를 7~12초로 잘라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인다.
- 자막은 간결하게. 메시지형 콘텐츠는 문장 길이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 듀엣/스티치 활용으로 ‘함께 만드는’ 감각을 키운다.
- 해시태그는 2~4개로 좁게. 대신 설명란에 스토리를 짧게 남긴다.
- 저작권 표기와 출처 크레딧을 습관화한다. 커뮤니티는 기억한다.
크리에이터/팀을 위한 5가지
- 곡 단위가 아닌 ‘클립 포인트’ 단위로 리허설 영상을 축적한다.
- 촬영 동선에서 카메라 높이 변화를 1회 이상 넣어 시각 피로를 줄인다.
- 정적 컷(무표정)→표정 폭발 전환을 0.4~0.7초로 설계한다.
- 팬 리믹스 사례를 주 1회 큐레이션해 생태계 순환을 돕는다.
- 월 1회 ‘의미 포인트’ 알림(예: 수어 가이드, 안무 의도)을 발행한다.
정리: 무대 위의 3초가 남긴 것
올해 틱톡 어워즈가 남긴 장면은 명확하다. 빅오션은 ‘보이는 음악’으로 감동의 문을 열었고, 코르티스는 ‘참여 가능한 에너지’로 루키의 지평을 넓혔다. 그 사이에서 팬은 더 이상 관람객이 아니다. 의미를 해석하고, 장면을 확장하고, 순간을 새로 편집하는 공동 제작자다.
숏폼은 음악을 가볍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음악이 가진 다층적 메시지를 잘게 쪼개 더 멀리 보내는 장치다. 무대 위의 3초가 타임라인에서 다시 숨을 쉬고, 다른 누군가의 3초와 만나 새로운 문장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 문장들이 모여 한 해의 트렌드가 된다.
하나의 곡이 여러 개의 입구를 갖는 시대. 그 입구를 가장 넓게 열어둔 곳—올해는 분명 틱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