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2026 ‘어뢰 배트’ 도입 검토… 규정과 경기 영향, 무엇이 바뀌나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합법 장비로 자리 잡은 ‘어뢰 배트’가 KBO의 공인 검토 테이블에 올랐다. 규정 변화의 방향성과 실제 경기 영향, 그리고 단계적 도입 시나리오까지 차분히 짚었다.
어뢰 배트, 핵심은 형태가 아닌 ‘질량 배분’
‘어뢰 배트’는 배럴 중앙부가 두툼하고 끝과 손잡이가 상대적으로 가늘어 외형이 어뢰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별칭이다. 하지만 실체는 모양 자체보다 질량을 임팩트 구간에 집중시키는 설계에 있다. 전통 배트가 끝으로 갈수록 무게감이 커지는 데 비해, 어뢰 배트는 스윗스폿 주변의 질량 밀도를 높여 빗맞음 손실을 줄이고 평균 타구 질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둔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느끼는 부분은 ‘가볍게 휘둘러도 묵직하게 맞는’ 감각이다. 이는 홈런을 마술처럼 늘리는 장비라기보다, 컨택 효율을 안정화하려는 방향의 결과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즉, 장타율의 즉각적 폭증보다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 증가, 약한 땅볼·뜬공의 감소 같은 지표에서 변화가 관찰되기 쉽다.
핵심 요약: 어뢰 배트는 ‘홈런 배트’가 아니라 ‘평균 타구 질 개선’에 가까운 공정합법 장비다.
왜 2026인가: KBO 검토의 배경
KBO는 2026시즌을 앞두고 공인 배트 접수 체계를 정비했고, 이 과정에서 어뢰 배트가 공식 검토 목록에 올랐다. MLB가 이미 규정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배트를 허용하며 테스트-실전 사이클을 돌린 것과 달리, KBO는 리그 환경의 파급효과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검토 시점이 지금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해외 리그의 실전 데이터 축적. 둘째, 리그 타고투저 사이클과 기록 연속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 셋째, 공인·검사 프로토콜의 고도화 여지다. 결과적으로 ‘무조건 불허’가 아닌 ‘규정 안에서의 가능성’으로 프레임이 바뀌었다.
규정 체크포인트: 길이·지름을 넘어 ‘성능 검증’으로
지금까지 KBO 배트 규정은 길이, 지름, 재질 같은 물리적 기준 중심이었다. 어뢰 배트가 도입되면 다음과 같은 검증 항목이 현실적으로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
- 반발 특성 및 타구 속도 분포 검사(회전수·접촉 위치별)
- 안전성 평가(파손 패턴, 충격 전달, 핸들 진동)
- 성능 편차 관리(제조 로트 간 품질 변동, 질량 분포 허용 오차)
- 현장 검사 표준화(심판·장비 담당의 신속 판별 절차)
중요한 변화는 ‘모양이 특이하면 불가’에서 ‘경기 영향이 규정 허용 범위 내면 가능’으로의 전환이다. 이때 투명한 측정 지표와 공개 범위를 명료히 해야 현장 수용성이 높아진다.
타자·투수에게 생길 실제 변화
타자 측면
컨택 안정성이 개선되며 빗맞은 타구의 손실이 줄어드는 경향이 예상된다. 특히 다음 유형에서 체감이 크다.
- 컴팩트 스윙, 라인드라이브 지향 타자: 평균 EV(타구 속도) 상향, 약타 감소
- 선구안 기반 컨택형: 배럴 미스 마진 확대 → 출루 뒤 생산성 개선
반면 배트 끝(탑핸드 릴리즈) 활용이 큰 어퍼 스윙 장타형은 체감 이익이 제한적일 수 있다. 질량 배분이 중앙에 모이면, 끝쪽으로 과감히 밀어치는 스윙 감각과 충돌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투수 측면
인플레이 타구의 질이 고르게 상향될 가능성은 투수에게 부담이다. 다만 맞는 공이 늘어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신 ‘맞으면 더 깨끗이 맞는’ 빈도가 늘 수 있어 코너워크, 타이밍 교란, 수직 무브먼트로의 레퍼토리 재정비가 중요해진다. 변화구 운용에서는 백스핀 억제와 배럴 진입 각을 끊는 조합(예: 하이 패스트볼-로우 슬러브)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경기 흐름
홈런이 폭증한다기보다 인플레이 비율과 라인드라이브가 늘어 수비와 주루가 활발해지는 방향이 유력하다. 이는 팬 입장에서 리듬감 있는 경기, 구단 입장에서는 수비 포지셔닝과 커뮤니케이션의 가치가 높아지는 환경을 의미한다.
MLB와의 기준 차이, KBO의 신중론
MLB는 규정 범위 내 다양성을 폭넓게 허용하고, 선택은 선수에게 맡긴다. 공정성은 사후 검사와 제재로 관리한다. 반면 KBO는 허용·확산을 별개 문제로 보고, 리그 전체 파급효과—기록 연속성, 아마 연계 규정, 심판 표준, 미디어 해석—까지 아우른다. 속도는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합법적 편법’ 논쟁은 관측되는 체감 효과 때문에 반복되지만, 규정 내 장비는 편법이 아니다. 효과 역시 타자 유형에 따라 편차가 크다.
결국 쟁점은 ‘도입 여부’보다 ‘어떻게 관리하며 투명하게 공개할 것인가’에 가깝다. 명확한 기준과 데이터 공개는 일시적 파동을 장기적 수렴으로 이끈다.
단계적 도입 시나리오와 체크리스트
1단계: 공인·검사 기준 명문화
CG/MOI 제출 의무, 배럴 형상 및 질량 분포 허용 오차, 반발 특성 상한선을 명시. 사전 샘플·시즌 중 랜덤 샘플 병행.
2단계: 제한적 필드 테스트
시범 경기 또는 퓨처스 일부 구간에서 사용 허가. 타구 분포(EV, LA, 스핀), 수비 이벤트, 경기 시간 변화를 관측.
3단계: 데이터 공개와 피드백
리그 평균 대비 변화폭을 주 단위로 요약 공개. 선수단·심판단 피드백을 문서화해 규정 보완.
4단계: 전면 허용 또는 가이드 보완
확산 관리가 필요하면 배럴 프로파일, 총질량·끝무게 스펙 범위를 미세 조정.
체크포인트: 기록 연속성, 경기 질, 안전성, 제조 편차 관리 네 축을 균형 있게.
데이터로 본 기대 효과와 한계
해외 테스트와 현장 증언을 종합하면, 평균 타구 속도는 소폭 상승하고 표준편차가 줄어드는 경향이 보고됐다. 이는 빗맞음 손실 감소와 일치한다. 기대할 수 있는 지표 변화는 다음과 같다.
- LD%(라인드라이브 비율) 증가, 약한 뜬공·땅볼 비율 감소
- xwOBA(예상가중출루율) 소폭 상승, 특히 컨택형 타자군
- 수비 이벤트(라인드라이브 처리, 중견수 수비 범위)의 체감 난도 변화
한계도 분명하다. 끝 장타를 즐기는 상향 궤적 스윙러에게는 체감 이득이 제한될 수 있고, 반대로 과도한 중앙 질량은 스윙 경로 자유도를 낮게 느끼게 할 수 있다. 또한 제조 편차가 누적될 경우 팀 간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샘플링 검사와 로트 관리가 중요해진다.
구단·선수 준비 가이드(현장 적용 팁)
배트 핏팅
선수별 스윙 데이터(어택앵글, 접촉점 분포, 배트 스피드)를 기준으로 CG 위치와 총질량, 끝무게를 조합한다. 배럴 체적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실제 MOI 값을 확인하는 게 핵심이다.
훈련 프로토콜
- 스윙 골든존 탐색: 티·프론트토스에서 컨택 위치별 EV 변화를 매핑
- 게임 스피드 적응: 머신 구속·무브먼트 가변으로 배럴 진입 타이밍 학습
- 피드백 루프: 배트 변경 전·후 2주 단위로 xwOBA, EV@미스히트 비교
투수·수비 대응
투수는 하이-로우 눈높이 변화를 활용해 배럴 평면의 머무름 시간을 줄이고, 수비는 라인드라이브 대응 각도와 초반 한 발 반응을 강조한다. 포지셔닝은 내·외야 모두 라인드라이브 핫존을 중심으로 재보정한다.
팬이 보면 좋은 관전 포인트
- 도입 범위: 전면 허용인가, 특정 구간 시범 운영인가
- 타구 질 지표: 팀 평균 EV, LD% 변화 추세
- 수비와 주루: 인플레이 증가 시 수비 실책률과 주루 성공률의 미세한 변화
- 경기 템포: 타석당 투구 수, 경기 시간의 장기 추세
이 지표들을 가볍게만 따라가도 ‘느낌’이 아닌 ‘근거’로 변화를 즐길 수 있다.
결론: 금지와 허용 사이, ‘관리된 자유’
어뢰 배트는 불법도, 만능도 아니다. 규정 안에서 특정 타자 유형의 강점을 뚜렷하게 끌어내는 도구다. KBO가 신중한 것은 장비 자체 때문이 아니라 리그 전체의 균형을 지키는 절차를 정교화하는 과정에 가깝다.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단계적 허용과 데이터 기반의 투명한 공개다. 그렇게만 된다면, 2026 시즌은 ‘장비가 경기를 압도’하는 시즌이 아니라 ‘장비와 데이터, 전략이 균형을 맞춘’ 시즌이 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기준을 명확히 하고, 같은 기준을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하는 일이다. 그 합의가 작동한다면, 어뢰 배트는 논쟁의 종착지가 아니라 KBO 야구의 다음 장을 여는 작은 관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