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325 시드니 결과 정리: 김상욱 좌절, 볼카노프스키는 흔들림 없었다
시드니 쿠도스 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UFC325는 라이트급 기대주들의 마지막 관문과 페더급 챔피언의 노련함을 동시에 보여준 밤이었다. 김상욱은 결승에서 돔 마르 판에게 판정으로 막혔고,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는 거리 관리와 운영으로 타이틀을 지켜냈다.
대회 한눈에 보기
UFC325는 시드니의 열기 속에서 열렸다. 언더카드의 핵심은 로드 투 UFC 시즌4 라이트급 결승, 메인이벤트는 페더급 타이틀전이었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유망주들이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무대였고, 동시에 페더급 톱의 내구력과 운영 능력이 다시 검증됐다.
현장 분위기는 전형적인 호주 빅이벤트의 결로 흘렀다. 홈 관중의 함성은 오세아니아 파이터들에게 힘이 되었고, 그 에너지는 경기 초반 템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러나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기술과 전략의 차이가 결과를 갈랐다.
김상욱 vs 돔 마르 판, 라이트급 결승의 디테일
라이트급 결승은 전형적인 압박형 레슬러와 롱리치 스트라이커의 구도였다. 김상욱은 초반부터 케이지 워킹으로 코너를 만들고, 클린치-테이크다운 루트를 열려 했다. 거칠게 밀어붙이는 압박은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상위 포지션 확보로 연결되는 순간이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돔 마르 판은 체급 대비 큰 프레임과 긴 리치를 바탕으로 잽과 스트레이트를 기능적으로 쌓아 올렸다. 김상욱이 사선 접근을 시도할 때마다 엘보와 짧은 훅으로 스텝을 멈추게 했고, 언더훅을 뽑아내거나 힙 포지션을 비틀며 상위 포지션까지 반전시키는 장면이 반복됐다.
2라운드 이후, 거리 싸움의 주도권은 확연히 마르 판으로 기울었다. 김상욱이 들어갈 때마다 원투와 레그킥이 닻처럼 박혔고, 교환 이후 바로 클린치로 이어지는 김상욱의 루틴은 상대의 템포를 흐트러뜨리기보다는 자신의 리듬을 끊는 역효과를 낳았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상욱은 중앙 난타전을 걸어 반전을 노렸지만, 거리가 닫히는 타이밍마다 잽이 선행돼 큰 유효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국 판정은 마르 판의 손을 들어줬고, 결승 보너스인 UFC 계약권도 그의 몫이 됐다.
승부를 가른 전술 포인트 4가지
1) 리드핸드의 가치
마르 판의 리드핸드(잽)는 단순한 점수 쌓기 이상이었다. 김상욱의 진입 각도를 고정시키고, 후속 스트레이트와 엘보를 연결하는 ‘열쇠’였다. 리드핸드가 앞서니 라인 교환에서도 자연스레 우위가 생겼다.
2) 언더훅과 힙 포지션
클린치 구도에서 마르 판이 자주 만들었던 오른쪽 언더훅과 힙 라인 장악은 테이크다운 방어의 핵심이었다. 언더훅으로 상체를 세우고, 힙을 뒤로 빼면서 케이지 반발력을 활용해 벽에서 이탈했다.
3) 킥 분배
중거리에서 바깥쪽 레그킥과 바디킥이 섞였다. 이는 김상욱의 체중 이동을 무겁게 만들어 2-3단 진입(페인트-앵글-레벨체인지)이 느려졌고, 상체 스윙도 점차 커지며 카운터 창이 열렸다.
4) 라운드 관리
마르 판은 라운드 말미에 교환을 피하고, 거리 재설정으로 리듬을 리셋했다. 반대로 김상욱은 라운드 후반 강한 몰아치기로 임팩트를 만들었지만, 누적 유효타와 옥타곤 컨트롤에서 열세를 만회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수치로 보는 경기 흐름
이 경기의 인상적인 대목은 유효타 격차였다. 마르 판이 더 많은 유효타를 적중시키며 전체적인 흐름을 가져갔고, 잽-스트레이트의 정확도 차이가 누적 데미지를 키웠다. 반면 김상욱의 테이크다운 시도는 많았지만, 상위 포지션 유지 시간이 짧아 저지의 채점 요소(유효타-그래플링-옥타곤 컨트롤) 중 첫 번째 항목에서 불리함을 극복하지 못했다.
레슬링 시퀀스가 완결되지 못한 것은 케이지 앞에서의 헤드 포지션 싸움이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과도 연결된다. 머리 위치를 바깥으로 두는 시간이 길어지면, 상대의 엘보나 숏훅을 허용하기 쉬워진다. 이 점이 실전에서 체감된 순간들이 있었다.
로드 투 UFC 시즌4, 한국 진출 구도 재점검
시즌1부터 3까지 한국은 페더급, 플라이급, 밴텀급에서 꾸준히 계약자를 배출해 왔다. 이번 시즌4에서 트로피를 추가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프로그램의 성격을 감안하면 결과만으로 흐름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로드 투 UFC는 토너먼트 특성상 매치업 상성이 큰 변수로 작용하고, 원정 환경과 시차도 실전에 영향을 준다.
중요한 건 누가 다음을 준비하느냐다. 최근 국내 파이트 씬은 라이트급과 밴텀급에서 전술 다양성이 눈에 띄게 늘었다. 체급별로 박스-투-레슬(박싱과 레슬링 전환) 능력을 갖춘 파이터들이 성장하고 있고, 페인트와 레벨체인지의 연결이 과거보다 안정적이다. 이 리듬을 끌어올리면 다음 시즌 반등 여지는 충분하다.
메인이벤트: 볼카노프스키의 ‘안정적 우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페더급 챔피언은 또다시 기본기를 증명했다. 볼카노프스키는 잽으로 전진을 맞고, 레그킥으로 사선 이동을 막았다. 드문 큰 교환 대신 구간마다 짧은 득점을 쌓는 방식으로 라운드를 가져갔다. 코너워크가 매끄러워 케이지 중앙을 오래 점유했고, 필요할 땐 레슬링 위협만으로도 상대의 체중 배분을 흔들었다.
눈에 띈 건 페인트의 빈도와 타이밍 조절이다. 초반 페인트를 자주 던져 상대 반응을 수집하고, 중반 이후에는 같은 모션으로 다른 선택지를 실행했다. 단순히 ‘스피드’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속도로 판정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결국 5라운드 동안 위험 관리를 하며 점수를 벌어들였고, 타이틀전 통산 최다승 기록에서도 선두권을 굳혔다. 이 경기 운영은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대한 교과서 같은 답이었다.
UFC325가 남긴 의미와 다음 관전 포인트
아시아-오세아니아 라이트급 지형의 변화
돔 마르 판은 장신 스트라이커 계열에서 인상적인 완성도를 보여줬다. 여기에 그라운드 디펜스가 안정화됐다면, UFC 라이트급 하위 랭크 진입까지는 변수가 체급 상성뿐이라는 느낌을 남겼다.
한국 파이터들에게의 메시지
케이지 레슬링 디테일, 특히 언더훅 복원과 헤드 포지션 유지가 라이트급에서 성패를 가른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한국 파이터들이 유럽-오세아니아 장신형을 상대할 때 필요한 체크리스트가 명확해졌다.
팬들의 체감 포인트
관중의 몰입은 라운드 후반 공격성에서 가장 크게 올라간다. 하지만 채점은 누적 유효타의 구조가 중심이라는 점. UFC325는 ‘보여지는 임팩트’와 ‘채점의 무게’가 다를 수 있음을 다시 상기시켰다.
간단 Q&A
Q. 김상욱의 다음 과제는 무엇일까?
A. 클린치 돌파에서 헤드 포지션 우위를 먼저 만들고, 레슬에서 그립 체인지를 빠르게 가져가는 것. 또한 원거리에서의 가드 셋업을 강화해 잽-스트레이트의 초입 충격을 줄일 필요가 있다.
Q. 돔 마르 판은 UFC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A. 장신 스트라이커로서의 기본기는 충분하다. 탑15 진입을 위해선 레슬링 스크램블에서 하프가드 전환과 스탠드업 루틴을 더 매끄럽게 다듬는 게 관건이다.
Q.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볼카노프스키가 다시 보여준 핵심은?
A. 거리 관리, 리듬 전환, 페인트 수집—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맞물렸다.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며 지루하지 않은 판정승을 만드는 능력이 여전히 건재했다.
에디터 메모
이날의 키워드는 ‘누적’이었다. 누적 유효타, 누적 압박, 누적 판단. UFC325는 큰 한 방보다 쌓아가는 선택이 왜 강력한지 증명한 이벤트였다. 다음 로드 투 UFC 시즌에서 한국 파이터들이 이 교훈을 실전에 녹여낸다면, 다시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