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감치’ 무엇이 달라졌나: 절차, 기준, 최근 사례로 읽는 쟁점 정리
최근 공판에서 변호인에게 감치가 선고되며, 법정 질서 유지 장치인 ‘감치’가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습니다. 이 글은 감치의 의미와 법적 근거, 실제 적용 절차, 그리고 논란의 핵심 쟁점을 차분히 정리합니다.
1. 감치, 용어부터 정확히
감치는 형벌이 아닙니다. 법정 질서를 해치는 행위가 발생했을 때, 재판장이 법정의 진행과 권위를 보호하기 위해 내리는 강제적 조치입니다. 통상 유치장 또는 감치 시설에 일정 기간 유치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형태로 집행됩니다. 쉽게 말하면 “재판이 제대로 굴러가도록 만든 안전장치”에 가깝습니다.
감치의 대상은 피고인만이 아닙니다. 변호인, 증인, 방청객 누구라도 법정 내 질서 유지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단, 감치는 어디까지나 ‘법정 내’ 질서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2. 왜 지금 ‘감치’가 이슈인가
최근 공판에서 변호인이 퇴정 명령에 불응하고 발언을 이어가다 감치가 선고된 일이 있었습니다. 통상 변호인은 절차에 민감해 현장에서 감치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문 편인데, 이번에는 법정 경고-퇴정-감치로 이어지는 단계가 즉시 작동했습니다. 이 장면이 공개되면서 “재판부 권한 행사와 변론권의 경계”가 넓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재판장의 사전 고지와 단계적 절차가 있었는가. 둘째, 발언권 부여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가 있었는가. 이 두 가지가 확인된다면, 감치 판단의 정당성은 절차의 투명성을 통해 담보됩니다.
3. 법적 근거와 단계별 절차
감치는 법원조직에 관한 규정과 법정 모욕 관련 조항에 근거합니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작동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단계별 운영
- 1단계: 경고 고지 — 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 재판장이 분명하게 경고합니다.
- 2단계: 퇴정 명령 — 경고 불응 시 퇴정을 명합니다. 이는 재판 진행을 위한 최소 조치입니다.
- 3단계: 임시 유치 — 반복 불응・소란 지속 시, 현장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즉시 유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 4단계: 별도 감치 재판 — 사실관계를 정리해 감치 일수 또는 과태료 등을 정식으로 결정합니다.
유치 일수는 사안에 따라 달라지며, 통상 최대 20일 범위에서 결정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중요한 점은 현장 조치가 곧바로 ‘확정 감치’가 아니라는 것, 사후 별도 절차에서 타당성이 다시 검토된다는 점입니다.
4. 최근 사례로 본 쟁점 포인트
논란이 된 장면을 쟁점별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발언권 문제: 변호인이 방청석에서 발언을 시도했는가, 법원이 이를 제한할 정당한 근거가 있었는가.
- 사전 고지: 재판부가 경고-퇴정-감치라는 단계적 조치를 공판 시작 전 명료하게 알렸는가.
- 불응의 정도: 단순 이의제기인지, 재판 진행 자체를 지연 또는 무력화할 수준의 불응이었는가.
- 현장 안전: 소란으로 인해 방청석, 증인, 재판 관계자에게 현실적 위험이나 중대한 방해가 있었는가.
이 네 가지를 종합하면, 감치 판단의 초점은 ‘의견의 내용’이 아니라 ‘절차와 질서’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법정은 논쟁을 하는 공간이지만, 그 논쟁 역시 정해진 자격과 순서에 따를 때 의미가 생깁니다.
5. 감치와 형벌의 차이, 오해 바로잡기
감치는 전과가 아닙니다. 전과는 형법상 범죄로 유죄가 확정될 때 형의 선고와 함께 남는 기록이고, 감치는 법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제한적 유치 조치입니다. 따라서 ‘감치=전과’라는 등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사실과 다릅니다.
또 하나의 오해는 ‘감치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주장입니다. 재판정은 공적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장소로, 모든 발언은 절차와 지위에 부합해야 합니다. 발언의 자유는 법정 내에서 ‘발언권’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되며, 그 테두리를 벗어나는 경우 제지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유의 축소가 아니라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 장치입니다.
6. 법정 내 권리와 한계: 변론권 vs 질서
변호인의 변론권은 광범위하게 보장되지만, 법정 운영을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행사될 수는 없습니다. 재판장은 발언권의 부여, 질문 순서, 이의 제기의 범위를 관리할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집니다. 이 권한은 변호인이든, 피고인이든, 방청객이든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언급되는 기준은 ‘필요성’과 ‘상당성’입니다. 문제 제기가 필요했고 수단이 상당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법정의 목적(공정한 사실심리와 법적 판단)을 해치지 않았는지가 관건입니다. 근본적으로 재판은 절차로 신뢰를 획득합니다. 절차가 흔들리면 판결의 설득력도 함께 흔들립니다.
7. 신뢰관계인 동석, 허용 요건은
신뢰관계인 동석은 주로 피해자 증인이 진술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을 필요로 할 때 허용됩니다. 반면, 일반 증인이나 사건 관계인에게는 예외적으로만 인정됩니다. 최근 사례에서 재판부가 동석을 제한한 이유도 이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즉, 동석의 필요성은 ‘증언의 안정성과 진실성’ 확보라는 목적과 맞닿아 있어야 하며, 단순한 지지나 조언을 위한 배석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동석 불허가 곧 변론권 침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변론은 법정이 정한 방식으로, 질문과 서류제출, 변론 기회를 통해 충분히 이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8. 감치 재판 이후 무엇이 남나
현장에서의 임시 유치가 있었다면, 이후 별도의 감치 재판에서 사실관계와 적정성이 판단됩니다. 여기서 고려되는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전 경고가 있었는지, 그 내용이 명확했는지
- 퇴정 명령이 합리적이었는지, 불응이 반복되었는지
- 재판 진행에 실질적 지장을 초래했는지
- 다른 완화적 조치로 충분했는지(상당성)
재판 결과는 향후 법정 운영 관행의 참고 기준이 됩니다. 감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변론권이 위축될 수 있고, 너무 느슨하면 법정 질서가 흔들립니다. 결국 균형의 문제이며, 이 균형을 설계하는 것이 사법 신뢰의 핵심입니다.
9. 관람자(방청객)를 위한 에티켓
방청객도 법정 구성의 일부입니다. 다음의 기본을 지키면 불필요한 마찰을 피할 수 있습니다.
- 전자기기 무음 및 촬영 금지 준수
- 발언 금지, 반응 자제(박수, 야유, 구호 등)
- 지정석 착석, 진행 요원의 안내 따르기
- 증인 출입 시 이동 최소화
이 간단한 규칙만으로도 재판장은 훨씬 차분해지고, 재판부와 당사자 모두에 대한 존중이 유지됩니다.
10. 정리: 감치가 던지는 현실적 메시지
감치는 ‘논쟁의 내용’을 심판하려는 장치가 아닙니다. 재판이 정해진 절차 안에서 공정하게 흘러가도록 유지하는 최소한의 안전핀입니다. 변호인의 열정적인 변론도, 당사자의 절박한 호소도 절차 안에서 더 큰 설득력을 얻습니다. 그래서 재판장은 때로 단호해야 하고, 그 단호함의 근거는 늘 투명해야 합니다.
최근의 논란은 우리 모두에게 한 가지를 상기시킵니다. 재판의 품질은 판결문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경고, 퇴정, 감치 같은 보조 장치들이 얼마나 공정하고 예측 가능하게 운영되는가가 사법 신뢰를 좌우합니다. 제도는 이미 있습니다. 남은 과제는 그 제도를 ‘균형 있게’ 집행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