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3분기, 매출 4조7861억·영업손실 1326억…적자 폭 크게 줄였다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도 비용 구조 손질과 비핵심 자산 매각,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가동이 맞물리며 체질 개선이 눈에 띈 분기였다. 업황의 저점 구간이 길어지는 만큼, 보수적 투자와 운영 효율화가 성과로 연결되는지 다음 분기 확인이 필요하다.
1. 3분기 핵심 실적 한눈에 보기
전년 동기 대비 -5.8%
적자 폭 68.2% 축소
영업손실 1,225억원
영업이익 575억원
영업이익 276억원
영업손실 343억원
헤드라인 숫자만 놓고 보면 매출은 줄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회복의 발판을 놓은 분기였다. 정기보수 일회성 영향 해소, 원료가 안정, 제품 스프레드 개선이 동시에 작동했고, 포트폴리오 정비가 현금흐름에도 보탬이 됐다.
2. 적자 폭 축소의 배경: 비용·포트폴리오 리셋
이번 개선의 바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원가 구조다. 납사 등 원료가가 하향 안정되면서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가 개선됐다. 정기보수 종료로 일회성 비용이 제거된 점도 하단을 지지했다.
둘째, 포트폴리오 재편이다. 비핵심 자산이던 해외 법인 매각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며 현금 유입이 발생했고, 그만큼 재무 안전판이 두터워졌다. 동시에 신규 투자는 수익성 기준으로 재검토하는 원칙을 분명히 하며, 무리한 확장을 자제했다.
그 결과, 영업손실은 여전히 남았지만 적자 폭은 전년 대비 크게 축소됐다. 숫자 이상의 변화는 재무적 유연성의 확대다. 현금창출력에 맞춘 CAPEX 운용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방어력을 높여준다.
3. 부문별 점검: 기초화학·첨단소재·정밀화학·에너지소재
3-1. 기초화학: 하락한 원료가, 개선된 스프레드
기초화학 부문은 매출 3조 3,833억원, 영업손실 1,225억원. 정기보수 일회성 제거와 원료가 안정으로 스프레드가 다소 회복됐다. 다만 글로벌 수요가 둔화된 탓에 가동률을 단숨에 끌어올리기는 어려웠다.
해당 사업은 외부 시황 변화에 가장 민감하다. 원료와 제품 가격의 파동이 실적을 좌우하기 때문에, 운영 효율화와 다운스트림 연계 최적화가 관건이다.
3-2. 첨단소재: 고부가 라인으로 수익성 방어
첨단소재는 매출 1조 222억원, 영업이익 575억원으로 견조했다. 전방 수요가 약해도 고부가 제품 믹스가 수익성을 지켜냈다. 자동차·가전·IT용 고기능성 소재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이 먹혔다.
3-3. 정밀화학: 가격 탄력과 가동 안정화
정밀화학은 매출 4,434억원, 영업이익 276억원. 특정 제품 국제가격 상승과 정기보수 종료 효과가 반영됐다. 분기 변동성은 있지만, 고부가 제품 중심의 판매 확대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3-4. 에너지소재: 수요 조정의 그늘, 전략 제품 확장
에너지소재는 매출 1,437억원, 영업손실 343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고객사의 조정 국면이 이어진 영향이 컸다. 다만 AI·ESS 등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응용처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잡았다.
4. 대산 구조조정과 운영 전략: 가동률·다운스트림 최적화
국내 대산 산단에서는 나프타분해시설(NCC) 중심의 구조조정 논의가 진전 중이다. 핵심은 기업 간 시너지와 라인 통합을 통해 가동률과 효율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시장이 약세일 때는 기초유분 생산을 줄이고, 다운스트림의 수익성 높은 라인에 원료를 우선 배분하는 ‘선택 가동’이 유효하다.
필요 시 크래커 일부를 한시적으로 셧다운하는 시나리오까지 검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방식은 손실 구간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며, 현금 유출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단, 셧다운·재가동 비용과 공급망 영향은 사전 계산이 필요하다.
이 전략의 포인트는 ‘밸런스’다.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생산을 시장 수요에 맞춰 조정하고, 다운스트림 제품군의 마진을 기준으로 가동 우선순위를 재배치한다. 이런 운영은 분기 수익성의 흔들림을 줄이고, 대규모 업황 반등 이전에도 손익을 관리할 수 있게 한다.
5. 인도네시아(LCI) 상업 가동의 의미
인도네시아 반텐주 칠레곤에서 구축된 석유화학단지는 10월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가 가동률 약 80% 수준을 유지 중이다. 동남아 현지 수요를 품고 있는 입지와 원가 경쟁력을 겸비해, 중장기 수익성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현지화의 장점은 세 가지다. 첫째, 물류비와 리드타임이 줄어든다. 둘째, 환율·관세 등 비용 민감도를 분산한다. 셋째, 인근 시장(아세안)과의 수요 연계가 용이해 가동률 안정화에 유리하다. 가동 초기의 런업 구간을 무리 없이 넘는다면,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균형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초기에는 운전 안정성 확보와 품질 스펙 고정이 최우선 과제다. 원료·제품 탱킹, 유틸리티, 공정 인터페이스 등에서 미세 조정이 필요하며, 계획가동률 상향은 안전 마진을 충분히 확보한 뒤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편이 안전하다.
6. 4분기 체크포인트: 원료가, 수요, 정기보수
6-1. 원료가 안정세가 스프레드로 이어질까
OPEC의 증산 가능성과 미·유럽발 납사 역외 공급 증가는 원료가를 안정시키는 요인이다. 다만 연말 시즌 수요 둔화가 겹치면 제품 판가는 약세를 보일 수 있다. 스프레드 개선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원가 하락분이 판가에 전이되는 속도에 달려 있다.
6-2. 수요 부진의 바닥 탐색
글로벌 NCC 가동률은 올해 84% 수준으로 추정된다. 내년 1,000만 톤 규모의 신증설이 예정되어 있어 단기 가동률 개선은 쉽지 않다. 실수요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선택적 가동과 제품 믹스 최적화가 실적 방어의 핵심이다.
6-3. 정기보수와 판매 계획
첨단소재는 정기보수 영향으로 4분기 판매량이 다소 줄 전망이다. 대신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주와 출하를 강화해 마진을 지키는 전략이 예상된다. 정밀화학은 가격 강세 제품을 축으로 판매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수익성 방어를 노린다.
7. 재무·투자 원칙: EBITDA 내 CAPEX와 현금흐름
설비투자(CAPEX)를 EBITDA 범위 안에서 집행한다는 원칙은 하강 국면에서의 방어적 재무 운영을 의미한다. 안전·환경 관련 필수 경상 투자는 유지하되, 신규 투자에는 수익성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다.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유입은 차입부담 완화, 신용도 안정, 이자비용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금리 고착화 구간에서는 현금 창출력에 맞는 투자 의사결정이 장기 밸류에이션을 지지한다.
결국 ‘현금흐름의 질’을 높이는 싸움이다. 감가상각 전 이익과 실제 잉여현금흐름의 괴리를 줄이고, 재고·운전자본 회전율을 개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8. 업황 사이클 전망과 리스크
단기에는 공급증가 이슈로 가동률 개선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2028년경부터는 신증설 소화와 비효율 설비의 조정이 맞물리며 점진적 개선이 전망된다. 이 구간에서의 핵심 역량은 ‘낮은 원가’와 ‘유연한 가동전략’이다.
리스크 요인으로는 원료가 변동성, 지정학 리스크, 신증설 러시, 환경규제 강화가 꼽힌다. 특히 ESG 규제는 설비투자 우선순위와 비용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응의 속도와 실행력이 곧 마진으로 환산된다.
반대로 기회요인은 고부가 다운스트림 확대, 전지소재·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성장 축에서의 수요 확대다. LCI의 안정 가동과 대산 구조조정 시너지가 맞물리면, 베이스 마진이 한 단계 올라갈 여지는 있다.
9. 투자자·업계가 주목할 실행 과제
- 가동률 최적화: 에틸렌·프로필렌 밸런싱과 다운스트림 우선순위 재배치
- 현금창출력 제고: 운전자본 회전, 재고 슬림화, 불용 자산 매각
- 제품 믹스 업그레이드: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와 계약 구조 다변화
- 지역 포트폴리오: 인니 단지 가동률 상향과 아세안 수요 연계
- ESG·안전 투자: 필수 경상 투자 지속으로 리스크 프리미엄 축소
이 다섯 가지는 단기 실적 방어와 중장기 밸류 업 사이에서 공통분모 역할을 한다. 특히 계약 구조의 다변화는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가동 안정성을 높인다.
10. 한눈에 보는 키 데이터
매출 4조 7,861억원, 영업손실 1,326억원. 원료가 안정·일회성 해소·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적자 폭 축소. LCI 가동으로 중장기 성장축 보강.
운영 포인트
- EBITDA 내 CAPEX 집행, 신규 투자는 수익성 기준
- NCC·다운스트림 밸런싱, 필요 시 한시적 셧다운
-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 지역 포트폴리오 다변화
리스크/기회
- 리스크: 공급증가, 수요 둔화, 원료가 변동성
- 기회: 아세안 수요, 전지소재·AI 응용처 확장
종합하면, 이번 분기는 ‘방어에서 관리’로의 전환점에 가깝다. 업황 역풍은 여전하지만, 손실의 바닥을 다지는 단계로 보인다. 다음 분기에는 LCI의 안정 가동 여부, 대산 구조조정 구체화, 고부가 제품 판매 믹스가 다시 한 번 성과를 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