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사망사고, 누구의 책임인가” 무면허·대여업체·관리 공백의 교차점
10대 무면허 전동킥보드 운행으로 노인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부모의 배상은 물론 대여업체의 ‘방조 책임’까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반복되는 사고의 배경과 법적 쟁점, 그리고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현실적 안전 대책을 정리했다.
1. 사건 개요: 반복되는 ‘무면허-사망’의 고리
인도를 걷던 고령 보행자가 10대가 함께 탄 전동킥보드에 충돌해 숨진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낳았다. 미성년자, 동승, 인도주행, 무면허. 이 네 가지 키워드가 한 번에 겹치며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개인의 부주의를 넘어 ‘시스템의 취약점’이 도마에 올랐다.
가해 학생은 보호처분을 받았고 부모는 합의금을 전달했지만, 피해 측 보험사의 구상권 청구가 이어지면서 책임의 무게는 더 커졌다. 부모는 대여업체의 공동 책임을 문제 삼았고, 법원은 별도 소송을 통해 판단받으라며 선을 그었다. 책임 공방은 이 지점에서 본격화됐다.
핵심은 ‘면허가 없는 미성년자가 어떻게 차량을 빌리고 인도에서 주행할 수 있었나’다. 이 질문이 제도와 현장의 모든 구멍을 소환한다.
2. 현행 규정의 핵심: 누가, 무엇을 지켜야 하나
2-1. 이용 자격
개인형 이동장치(PM)로 분류되는 전동킥보드는 만 16세 이상이며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 이상이 요구된다. 즉 중학생 상당수는 법적으로 운행 자격이 없다.
2-2. 주행 공간과 기본 수칙
보도는 원칙적으로 주행 금지이며, 자전거도로 또는 차도 가장자리를 이용해야 한다. 야간에는 전조등 점등, 안전모 착용이 기본이며, 두 사람이 동시에 탑승하는 동승 운행은 금지다.
2-3. 위반 시 제재
무면허 운전에는 범칙금이 부과되고, 방조나 허용 행위가 인정되면 업체 역시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단속 공백과 ‘사후 처리 중심’ 관행 탓에 예방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
3. 대여업체 책임 논쟁: 방조인가, 관리 한계인가
사고 이후 가장 뜨거운 쟁점은 ‘면허 인증 절차가 허술했는가’다. 일부 서비스는 ‘다음에 인증하기’ 등 회피 기능을 제공해 사실상 무면허 대여를 가능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인증 시스템이 있음에도 유효성 검증이 약하거나, 가족 신분증·면허로 대여가 이뤄지는 회색지대도 존재한다.
법률 검토에 따르면 면허 확인 절차 없이 서비스를 운영해 무면허 운전을 사실상 용인한 경우, 형법상 방조가 적용될 수 있다. 이는 ‘안내와 시스템 설계’가 곧 ‘위험 관리’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업체는 신분 위·변조, 계정 공유 등 예측 곤란한 불법 행위까지 모두 차단하는 데 기술·비용 한계가 있다고 항변한다.
현실은 양쪽 모두의 말에 일리가 있다. 문제는 ‘최소한의 통제 장치’를 갖추고 실행했는가다. 명확한 인증, 반복 확인, 현장 리스크를 낮추는 설계가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4. 수치로 본 위험: 10대 무면허와 사고 추세
무면허 적발
최근 몇 년 사이 10대의 PM 무면허 적발이 급증했다. 전체 적발의 절반 이상이 19세 이하에서 발생한다는 수치도 나온다. 이는 단속 강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증가세다.
사고 건수
청소년 연령대의 사고는 절대 수치와 비중 모두 상승하는 흐름을 보인다. 무면허, 동승, 보도 주행이 한 번에 겹치면 충격량이 커지고 제동·회피가 어려워 치명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숫자는 경향을 보여줄 뿐이지만, 최소한 두 가지는 분명하다. 첫째, 플랫폼에서의 ‘사전 차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둘째, 보호자 교육과 학교·지역 차원의 교통안전 교육이 체감될 만큼 촘촘하지 않다.
5. 법적 쟁점과 배상 구조: 부모·업체·보험의 교차
5-1. 부모의 책임
미성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에서 부모는 민법상 감독자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 합의와 별도로, 피해자의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에 대해 가해자 측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어 2차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곤 한다.
5-2. 업체의 공동 책임
‘면허 확인 부실’이 입증되면 방조 책임이 쟁점화될 수 있다. 다만 법원은 구체적 행위와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본다. 시스템 설계상의 과실, 관리 매뉴얼, 사고 전후 대응 기록 등이 판단의 실마리가 된다.
5-3. 보험의 사각지대
미성년자가 적용받을 수 있는 보험은 제한적이다. 개인용 PM 보험 가입률도 낮고, 대여 과정에서 의무화된 보험이 있어도 피보험 범위가 ‘적법한 운전자’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보험은 안전망이 아니라 ‘적법성과 관리’를 담보하는 장치에 가깝다.
6. 현장에서 드러나는 허점: 인증 회피, 동승, 인도주행
거리에서 가장 흔히 목격되는 장면은 두 명이 한 대에 올라탄 동승 운행이다. 차체가 짧고 바퀴가 작아 중심이동 폭이 작지 않는데, 동승 시 급제동 안정성이 무너진다. 인도 주행은 보행자와 충돌할 때 치명상을 유발하는 가장 위험한 패턴이다.
면허 인증 측면에서는 가족의 신분증이나 면허를 이용한 우회, 또는 계정 공유가 빈번하다. 플랫폼이 단발 인증으로 끝낼 경우, 이후 다회 이용에서 무면허 검증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현장의 허점은 기술과 습관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긴다. 단속을 피하는 요령을 익히는 속도가 안전 문화를 만드는 속도보다 빠르다.
7. 생활 속 예방 체크리스트: 보호자·이용자·업체가 할 일
보호자
- 가정 내 원칙: 미성년자의 PM 운행 금지 원칙을 분명히 알리고, 가족 신분증·면허 공유 금지를 생활규칙으로 만든다.
- 디지털 관리: 자녀 휴대폰에서 PM 앱의 설치·결제 권한을 보호자가 관리한다.
- 대안 제시: 통학·이동이 필요하다면 대중교통·도보 안전 동선을 같이 설계한다.
이용자(성인 포함)
- 기본 수칙: 안전모 착용, 단독 탑승, 보도 주행 금지. 야간에는 전조등·반사 아이템을 기본으로.
- 속도 관리: 도심 혼잡 구간 10~15km/h, 자전거도로에서도 시야확보가 어려우면 보행 속도에 준해 주행.
- 브레이크 점검: 대여 직후 10m 저속 제동 테스트를 습관화한다.
업체
- 강화된 다단 인증: 실명+면허 OCR, 셀피-라이브니스, 랜덤 구문 음성·머리 움직임 등 2~3중 동적 인증.
- 재인증 주기: 첫 대여만이 아닌 ‘매 회’ 또는 ‘일정 주행거리/기간 경과 시’ 재검증.
- 동승·보도 주행 억제: 가속·자이로·카메라 기반 동승 탐지와 보도 진입 시 자동 감속·경고.
- 위반 패턴 차단: 계정 공유 의심(동시 로그인, 비정상 위치 이동) 자동 차단 및 즉시 고객센터 후속 조치.
8. 정책 제안: PM 전용면허와 기술적 통제의 표준화
첫째, PM 전용면허를 도입해 이론·실기 교육을 간소화하되 ‘보행자 보호’와 ‘도시공간 이해’를 필수 이수 항목으로 둔다. 과태료 중심에서 ‘자격-교육-갱신’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
둘째, 대여사업 허가 요건에 기술적 통제(면허 다단 인증, 동승 탐지, 지오펜싱 기반 보도 감속, 최초 대여 안전 교육 팝업 이수)를 포함해 전국 표준을 만든다. 자율이 아닌 ‘감사 대상’으로 관리해야 한다.
셋째, 청소년 보호 관점에서 학교-지자체-경찰 합동의 계절별 집중 캠페인을 운영한다. 시험·방학·축제 기간에 이동량이 폭증하는 패턴을 겨냥해 선제적 계도와 단속을 병행한다.
넷째, 보험 측면에서 합법 이용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도록 표준 약관을 개편하고, 대여 앱 내 보험 가입·적용 범위를 투명하게 표시하도록 의무화한다.
9. 도시 안전을 위한 디자인: 인프라와 동선 분리
PM과 보행자의 충돌을 줄이려면, 결국 ‘길’을 바꿔야 한다. 자전거도로/PM 도로와 보행 동선을 명확히 분리하고, 횡단보도 진입부에는 감속 유도 라인과 요철 포장을 확대한다. 커브 구간에는 시인성 높은 표지와 노면 표시가 필요하다.
주요 상업지구에서는 보도 구간의 ‘지오펜싱 저속 구역’을 확대해, 지정 시간대 자동 감속을 적용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킥보드 회수·주차 거점은 보행자 통로와 분리된 위치로 유도하고, 무질서한 방치를 막기 위한 정렬 가이드라인을 도입한다.
이 모든 조치는 대규모 예산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 우선순위를 정해 ‘사고 다발 지점’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면 된다.
10. 마무리: ‘편리함’과 ‘책임’ 사이의 균형
전동킥보드는 도시를 빠르게 이어 주는 이동수단이지만, 안전을 외면한 편리함은 언제든 치명적 결과로 돌아온다. 무면허·동승·보도주행의 삼중 리스크가 사라지지 않는 한 비슷한 사고는 계속될 것이다.
부모의 관리, 이용자의 기본 수칙, 업체의 기술적 통제, 행정의 표준화까지. 각자의 역할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뀌는 순간부터 통계는 꺾인다. 불편을 조금 감수하고, 확인 절차를 한 번 더 거치고, 속도를 줄이는 것. 도시의 안전은 그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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