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놀이’ 갑질 의혹…양양군 “무관용 징계” 천명
강원 양양군 소속 7급 공무원이 환경미화원들을 상대로 폭행과 강요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은 가해·피해자 분리와 함께 무관용 원칙을 밝히며 조직 전반의 재정비에 착수했다.
1. 사건 개요: ‘계엄령 놀이’가 무엇이었나
이번 사안은 양양군 소속 7급 운전직 공무원이 환경미화원들을 상대로 일상적 위계와 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촉발됐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공무원은 스스로 정한 규칙을 ‘계엄령 놀이’라 부르며 이불을 뒤집어씌운 뒤 폭행하거나, 청소차를 태우지 않고 출발해 달리게 하는 등 비상식적 지시를 반복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한 특정 색상의 속옷 착용을 강요하고, 개인 투자 손실을 이유로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을 폭행했다는 증언까지 이어졌다. 일탈적 장난으로 포장하기 어려운 행위들이 지속됐다는 점에서 문제의 성격은 ‘놀이’가 아니라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에 가깝다.
2. 양양군의 공식 입장과 즉각 조치
양양군은 보도 직후 “깊이 송구하다”는 입장을 내고 무관용 원칙을 선언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과 피해자들을 업무·공간적으로 즉시 분리하고, 미화원 관련 업무에서 가해자를 배제한 뒤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에 따른 인사·징계 절차 진행도 예고했다.
피해자 보호책으로는 전문기관과 연계한 심리 상담, 치유 프로그램, 휴가 지원, 근무환경 조정이 포함됐다. 신고자와 피해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을 금지하고, 익명 신고 시스템 보완을 병행하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행정 공백을 막기 위해 기동 인력을 투입, 쓰레기 수거 등 필수 민원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운영한 점은 주민 관점에서 중요한 조치로 평가된다.
3. 피해 진술로 본 가혹행위의 양상
피해 호소 당사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가혹행위는 업무와 무관한 지시, 신체적 폭력, 모욕적 언행이 결합된 형태였다. 특히 ‘놀이’라는 단어로 통제와 폭력을 정당화하려 한 시도는 집단 내 묵인 구조를 만들기 쉽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강요의 범위는 사적 영역까지 확장됐다. 특정 색상의 속옷을 입으라고 지시하거나, 특정 종목의 주식을 구매하도록 압박한 정황은 개인의 사생활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수준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전형적 패턴 중 하나인 ‘사적 요구 강요’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들은 개별 사건으로만 보지 말고, 반복성·지속성·권력 비대칭성의 교차 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조직이 초기 신호를 감지하지 못하면, 피해자는 침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4. 법과 제도: 직장 내 괴롭힘 기준은 어디까지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적 개념
우리 제도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를 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폭행, 모욕, 사적 심부름 강요, 인격권을 침해하는 복장·사생활 통제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부문 특수성
지방공무원 조직은 업무상 지휘 체계가 명확하고, 근무평정·인사권 등 권한이 상하 간에 뚜렷하다. 그만큼 지도감독 책임과 2차 피해 방지 의무가 강화된다. 익명 신고 채널, 분리 조치, 외부 전문기관 조사 의뢰 등 구조적 장치가 작동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증거의 중요성
괴롭힘 판단은 맥락과 반복성, 피해자의 진술 일관성, 물적 증거가 종합적으로 검토된다. 일지 기록, 메시지, 통화 녹취(법 범위 내), CCTV 등은 사건의 흐름을 입증하는 핵심 단서가 된다.
5. 2차 피해를 막는 최소 조건
신고 이후 더 큰 낙인이 찍히는 일을 막는 게 가장 시급하다. 인사상 불이익 금지, 인력·공간 분리, 동료로부터의 비난 차단, 사생활 보호가 기본이다. 특히 같은 조직 안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얼굴을 마주치지 않도록 근무표와 동선을 조정하는 실무가 중요하다.
심리적 회복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의료기관 연계,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선별, 휴직·휴가 활용 등 촘촘한 지원이 필요하다. 조직 차원에서 ‘피해자다움’을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핵심이다.
6. 재발 방지: 조직문화와 관리 시스템 개선안
1) 예방 교육의 내실화
형식적 교육으로는 행동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실제 사례 기반 시나리오, 역할극, 익명 질의 세션을 포함해 ‘어디까지가 적정 지시인가’를 명확히 구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관리자급에는 ‘개입 의무’와 ‘초기 경고 시스템’ 운용법을 별도 교육한다.
2) 신고 시스템 고도화
익명보장 기술(예: 일회용 토큰, 외부 플랫폼 활용), 보호관점의 조사 프로토콜, 보복 시 가중처벌 룰을 명문화해야 한다. 신고 후 처리 현황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대시보드도 신뢰를 높인다.
3) 리더십 책임성 강화
부서장 평가에 조직문화 지표를 반영하고, 괴롭힘 사건 은폐·방치에 대한 명확한 불이익을 부여한다. 정기적인 상호 피드백과 순환 간담회를 통해 묵은 갈등을 끌어올리는 장치도 필요하다.
4) 외곽·현장 조직에 대한 집중 점검
읍·면사무소, 사업소 등 외곽 조직은 눈이 덜 미치기 쉽다. 순환 점검과 외부 감사, 현장 인터뷰를 정례화하고, 현장 근무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침을 별도로 마련한다.
7. 현장 서비스 공백 최소화와 지역사회 신뢰
사건이 터지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일상’이다. 쓰레기 수거처럼 생활 밀착형 서비스는 중단이 곧 불편으로 이어진다. 기동 인력 투입과 업무 재배치는 국민 생활 불편을 줄이는 최소 장치다.
하지만 단기 처방만으로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사건 처리 경과와 재발 방지 계획을 단계별로 알리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를 운영해야 한다. 신뢰는 ‘보여지는 변화’에서 회복된다.
“공백을 막되, 과정은 투명하게.” 두 과제를 동시에 잡을 때 지역사회 신뢰가 돌아온다.
8. 비슷한 사건의 학습 포인트
유사 사건들을 보면, 초기에 ‘장난’으로 축소되거나 ‘팀 분위기’라는 명분이 동원되곤 한다. 그러나 장난은 상대가 웃을 때만 장난이다. 특히 위계가 작동하는 공간에서의 ‘놀이’는 통제의 다른 이름이 된다.
- 초기 제보를 소문으로 치부하지 말 것
- 익명 채널이라도 신속히 1차 사실 확인
- 가해·피해자 즉시 분리, 보호조치 우선
- 증거 보전을 돕는 안내문 배포
- 외부 전문가 참여로 조사 신뢰성 확보
조직은 사건 처리뿐 아니라,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가’에 대해 근본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권한이 집중된 구조, 내부 고발 불이익, 현장 단절 등이 반복의 토양이 된다.
9. 독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내가 겪는 일이 괴롭힘일까
아래 항목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 업무와 무관한 사적 지시·강요가 반복된다
- 모욕적 언행이나 신체 접촉이 빈번하다
- 특정 복장·사생활에 대한 통제가 있다
- 불이익이 두려워 문제 제기를 주저한다
- 팀의 침묵·묵인이 구조화되어 있다
가능하다면 날짜·장소·상황·대화를 포함한 ‘사건 일지’를 작성하고,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관하자. 신뢰할 수 있는 동료, 노무·상담 전문가와 초기 상의를 통해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
10. 마무리: 무관용 원칙을 현실로 만드는 법
양양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관용 원칙과 예방 체계 재정비를 약속했다. 선언이 현실이 되려면, 가해 행위에 상응하는 징계,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피해자 보호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조직 내부의 ‘침묵의 합의’를 깨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번 논란은 한 개인의 일탈로만 읽히지 않는다. 일과 사람을 대하는 조직의 태도를 묻는 질문이다. 작은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절차를 믿게 만드는 투명성—이 두 가지가 쌓일 때 비로소 신뢰는 복원된다.
#직장내괴롭힘#조직문화#공공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