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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 이야기’ 류승룡, 25년 대기업 생활 마침표…책임 지키고 떠났다

2025년 11월 16일 · 13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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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7회, 김낙수(류승룡)가 아산공장 사고의 후폭풍 속에서 해고 압박 대신 스스로 퇴직을 선택했다. 가족과 직원들 사이에서 끝까지 책임을 택한 결단은, 직장인의 현실을 정면으로 건드리며 뭉클한 여운을 남겼다.

25년의 마지막 출근, 무엇이 달라졌나

7회는 김낙수의 ‘일상 같은 비일상’으로 시작한다. 늘 보던 동선, 익숙한 인사, 어제와 같은 회의 자료. 달라진 건 표정의 농도였다. 인사팀으로부터 전달된 ‘퇴직 후보 20명’ 요청이 하루의 기류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는 현장을 돌며 근태와 실수를 체크했지만, 명분을 찾는 시선의 뒤편에서 더 큰 질문이 고개를 들었다. “정말 누구를 내보낼 수 있지?”

드라마는 이 지점을 빠르게 소비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프레임을 길게 유지하며 주저하는 손, 멈칫하는 발걸음을 담아낸다. 그 미세한 템포의 변화가 25년차 직장인의 무게를 설명한다. 고참의 냉정함보다 사람을 보는 시선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 김낙수의 마지막 출근은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해고 명단 요구와 현장의 온도차

‘관리’라는 말은 때로 타인을 재단하는 면허처럼 쓰인다. 김낙수는 각 부서를 돌며 체크리스트를 채운다. 그러나 사람들 사연이 체크표를 밀어낸다. 부모님 병수발을 하는 직원, 초등 자녀 돌봄으로 조퇴가 잦은 기사, 대출 만기가 닥친 가장까지. 한 사람을 한 줄로 줄이는 일의 난감함이 화면을 채운다.

그 사이 현장은 비상한 눈치로 움직인다. 칭찬은 과해지고, 보고는 길어진다. 사소한 친절이 과잉으로 번지는 풍경은 우스워 보이지만, 우리는 그 웃음 뒤의 공포를 안다. 해고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날, 누구나 ‘살아남는 법’을 꺼내 든다. 드라마는 이 씁쓸한 유머를 통해 대기업 시스템의 온도차—문서의 차가움과 현장의 체온—을 대비시킨다.

공장 사고 이후, 압박과 선택의 기로

뜻밖의 화재 사고가 터지며 상황은 급변한다. 인사팀은 이 기회를 ‘인력 정리’의 기점으로 삼으려 한다. 관련자 전원 퇴직 권고—사고를 사유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는 고전적 시나리오가 가동된다. 김낙수 역시 흔들린다. 책임자는 본사로 복귀시키고, 현장 인력만 잘라내자는 제안 앞에서 그는 자신의 자리의 의미를 되묻는다.

이때 이주영의 고백이 들어온다. “저 먼저 정리하셔도 됩니다.” 사고 수습을 누구보다 앞장서던 인물의 자기희생 제안은 미덕처럼 보이지만, 김낙수에게는 경고다. 시스템이 사람의 양심을 비용 절감 수단으로 흡수하는 순간, 남는 건 공허한 성과표뿐이라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안다.

‘책임’의 이름으로 쓴 퇴직 사인

김낙수는 결정을 미루지 않는다. 본사로 올라와 자신의 이름이 찍힌 퇴직 서류에 직접 서명한다. 이 장면의 연출은 간결하다. 펜 끝, 종이의 질감, 호흡의 길이. 과장되지 않은 디테일이 감정의 진폭을 키운다. 25년의 카드키, 수첩, 컵, 잡동사니들이 박스에 차곡차곡 담기는 동안, 우리도 한 번쯤 떠났던 자리의 냄새를 기억한다.

이 선택은 그가 사고의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직은 ‘처리’라는 단어를, 그는 ‘끝맺음’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삶의 태도다. 처리에는 잔상도 후회도 없다. 끝맺음에는 여운이 남아 타인을 돌아보게 한다. 김낙수는 후자를 택했고, 그로써 현장의 시간은 지켜졌다.

“고생했다, 김 부장”이 전한 묵직한 위로

집으로 돌아온 그는 차 안에서 한참을 앉아 있다. 박스 사이로 굴러다니는 펜 한 자루, 출근 배지, 오래된 사원증 사진. 그 앞에 선 아내의 한마디가 화면을 멈춘다. “고생했다, 김 부장.” 호칭이 이름보다 먼저 울린 건, 그가 가족의 가장이기 전에 오랫동안 ‘부장’으로 살아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호칭 뒤에 붙은 위로는, 이제 그 타이틀을 내려놓아도 된다는 허락처럼 들린다.

이 장면은 드라마의 감정적 정점이다. 성취와 미안함, 안도와 불안이 한꺼번에 터진 눈물. 과장된 음악을 깔지 않고, 숨소리와 꺾이는 어깨로만 감정을 번지게 한 선택이 인상적이다.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겪는 ‘버티기’의 끝에는 결국 이런 문장이 필요하다. “수고했다.”

시청자가 읽은 현실: 숫자와 사람 사이

이번 회차가 특히 공감을 얻은 건, 성과와 생계 사이의 줄다리기를 지나치게 미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리 대상 숫자, 사고 보고서, 비용 라인—이 모든 숫자는 정확했고, 사람들의 표정은 그 정확함을 견디고 있었다. 어떤 직장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라마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보여준다.

해고를 통보하는 손 대신, 자기 이름을 적어 내는 손을 선택한 김낙수의 결말은 영웅 서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내가 책임진다’라는 오래된 문장에 존중을 덧입힌 기록에 가깝다. 그래서 여운이 길다. 잊기 쉬운 가치를 정면에서 말했기 때문이다.

인생 2막, 김낙수의 다음 챕터는

퇴직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 드라마는 ‘서울 자가 보유’라는 상징을 통해 그가 축적해온 삶의 기반을 암시한다. 그러나 집과 통장 잔고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시간이 있다. 사람을 살피는 눈, 현장을 지키던 고집, 숫자와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던 감각—이런 자산은 직함이 사라져도 남는다.

따라서 그의 2막은 회귀가 아니라 확장일 가능성이 크다. 현장 컨설팅, 안전 시스템 개선, 혹은 지역 커뮤니티의 생산 안전 멘토링 같은 형태로, 그가 지켜낸 가치를 사회적 역할로 전환할 수 있다. 드라마가 이 여지를 섣불리 소비하지 않고 천천히 펼친다면, 2막의 설득력은 더 커질 것이다.

드라마가 남긴 직장 생활 문장들

1) 정리는 쉽고, 이해는 어렵다

명단을 만드는 일은 서류상 간단하지만, 각자 삶의 사정을 이해하는 일은 늘 시간이 든다. 이번 회차는 이 간극을 낭비가 아닌 ‘필요한 비용’으로 제시한다.

2) 시스템은 중립이 아니며, 선택은 흔적을 남긴다

사고를 인력 정리의 명분으로 전환하는 순간, 시스템은 방향성을 갖는다. 그 앞에서 각자의 선택이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김낙수의 사인은 분명한 답을 보여준다.

3) 호칭은 역할을, 위로는 사람을 부른다

“김 부장”이라는 호칭과 “고생했다”라는 위로의 결합은, 역할로 살아온 시간을 인정하고 사람으로 돌아오게 하는 의식 같다. 많은 직장인이 공감했을 장면이다.

제작·연출 톤과 배우 앙상블 관전 포인트

연출은 불필요한 감정 과잉을 삼가며, 디테일로 무게감을 만든다. 서류 질감, 공장 바닥의 먼지, 손등의 땀까지 가까이 당겨 보여주는 화면 문법이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대사의 밀도는 높지 않지만, 침묵의 길이가 이야기를 설명한다.

류승룡은 체념과 단호함 사이의 얇은 경계를 정확히 짚는다. 눈빛의 흔들림이 그날의 피로와 결심을 동시에 말한다. 정은채가 연기한 현장 전문가 캐릭터는 가벼운 ‘판단 보조’가 아닌, 근거를 가진 목소리로 서사에 힘을 보탠다. 명세빈의 위로 장면은 과장 없이 장면의 에너지를 마무리하며, 이야기의 정서를 단단하게 묶는다.

다음 회차 관람 전 체크 포인트

  • 퇴직 이후 김낙수의 생활 반경 변화: 가정, 금융, 인간관계의 재배치가 어떻게 그려질지
  • 아산공장 사고의 후속 조치: 시스템 개선과 책임 구조의 재설계 여부
  • 이주영의 커리어 라인: 현장 핵심 인력으로서의 지속 가능성
  • 본사의 태도 변화: 단기 실적 중심에서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의 이동 조짐

숫자 너머의 이야기, 왜 지금 통했나

시청률 수치가 말해주는 건 관심의 크기지만, 회차가 남긴 울림은 다른 곳에 있다. 매일 뉴스 헤드라인처럼 스쳐 지나가는 ‘구조조정’과 ‘사고’가 누군가의 저녁 식탁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드라마는 그 길을 끝까지 따라간다. 덕분에 김낙수의 퇴직은 큰 제스처보다 작은 일상의 결단으로 기억된다.

현실에서도 조직은 종종 ‘누가 잘못했는가’에 매달린다. 하지만 현장은 ‘다음에 어떻게 안전하게 일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 차이를 좁히는 데 필요한 건 처벌 수위를 높이는 일이 아니라, 반복을 막는 구조를 정비하는 일이다. 7회는 그 상식적인 결론을 극적 장치 없이 설득해낸다.

현장성의 미학: 공간과 소리의 힘

공장 라인의 소음, 소화 장비가 움직이는 마찰음, 안전화가 바닥을 딛는 둔탁한 소리—이 회차의 사운드 디자인은 과장된 음악보다 현장의 소리로 긴장을 만든다. 밝은 형광등 아래 드리운 피로한 눈빛, 공기 중에 떠도는 미세한 먼지까지, 화면의 질감이 이야기의 설득력을 넓힌다.

차 안에서의 정적 역시 의미심장하다. 공간이 좁을수록 감정은 울림통을 얻는다. 인물과 관객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그 순간, 우리는 누군가의 25년이 박스 두 개에 담겨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작별 이후를 버티는 법

작별은 끝이 아니라 ‘정리의 기술’이다. 익숙한 습관을 덜어내고, 필요했던 관계를 남기며, 다음 선택을 위한 여백을 만든다. 김낙수의 퇴직은 그 기술의 모범답안처럼 보인다. 해고 명단에 타인의 이름을 올리는 대신, 스스로의 이름을 올려 조직의 균열을 대신 막아섰다. 다만 그 결단이 개인의 희생으로만 소비되지 않으려면, 이후 조직의 시스템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드라마의 다음 이야기가 그래서 중요하다.

결국 이 회차는 묻는다. “당신의 25년을 무엇이 지탱해 왔는가.” 그리고 담담하게 답한다. “사람.” 명확하고 간단해서, 오래 남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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