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서도 집단 부정행위 적발… 비대면 대형강의 ‘시험 전면 무효’ 파장
약 1400명이 수강한 온라인 교양 과목에서 오픈채팅방을 통한 문제 공유가 확인되며 중간고사가 무효 처리됐다. 연세대 사례에 이어 대학가 비대면 시험의 신뢰성과 운영 원칙이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1. 무엇이 일어났나: 사건 개요
고려대학교의 대형 온라인 교양 과목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 중간고사에서 일부 수강생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문제 화면을 공유하고 답안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강의는 전면 온라인(MOOC) 형태로 운영됐고, 1400명 안팎이 수강하는 초대형 강좌였다.
시험은 별도의 원격 감독 시스템이나 화면 녹화 의무 없이 진행됐다. 사건이 확인된 이후 강의진은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 처리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단순한 감점이 아닌, 평가 자체를 원천적으로 취소하는 조치로, 같은 유형의 사건에서 보기 드문 강경한 결정이다.
사건의 파장은 성적 처리 문제를 넘어, 비대면 시험의 설계와 공정성, 그리고 학업 윤리 전반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2. 어떻게 적발됐나: 오픈채팅방과 제보
수강생들이 서로 정보를 나누기 위해 운영하던 오픈채팅방에서 일부 그룹이 시험 도중 문제 화면을 공유했다는 제보가 교수진에 전달됐다. 채팅방에는 약 500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부정은 방 전체가 동시에 가담한 형태라기보다 여러 소규모 그룹이 병렬적으로 움직인 양상에 가까웠다.
“정답 공유가 눈앞에서 이뤄지는데 그냥 넘길 수 없었다”는 취지의 내부 제보가 이어지며, 교수진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강의 공지를 통해 사안을 공개했다.
이번 적발은 기술적 감시보다 ‘동료 신고’와 커뮤니티 내부의 문제의식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같은 수업을 듣는 동료들이 공정성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낸 셈이다.
3. 학교의 조치: ‘전면 무효’가 의미하는 것
강의진은 “부정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중간고사 전면 무효화를 단행했다. 동시에 향후 퀴즈·기말 등 다른 평가에서도 부정이 확인되면 F 처리 등 행정적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예고했다.
- 성적 산출 방식 재설계: 중간고사 비중을 다른 평가 요소로 이동하거나, 보완 시험을 실시할 수 있다.
- 선의의 수강생 보호 고민: 공정성 회복과 집단 처벌 회피 사이의 균형이 관건이다.
- 운영 기준의 선례: 향후 유사 사건에서 강경 대응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
학교 측은 학부대학·행정팀 차원에서 기말고사 운영 방식과 재발 방지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핵심은 ‘누가,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물을지에 대한 명료한 절차를 정립하는 일이다.
4. 연세대 사례와의 연결고리
얼마 전 연세대학교의 한 대형 강의에서도 온라인 중간고사 중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과 외부 프로그램 참조 정황 등이 다수 확인되며 논란이 커졌다. 감독 영상 제출을 요구했음에도 우회 시도가 포착돼, 담당 교수는 자수 학생의 0점 처리와 비자수 학생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두 사건은 맥락이 다르다. 연세대는 비교적 강도 높은 원격 감독을 수행했지만 기술적 회피가 관찰됐다. 고려대는 감독 장치 자체가 없었다. 공통점은 ‘대형 비대면 강의’에서 부정행위가 한 번에 확산될 수 있는 토양이 있었다는 점이다.
5. 왜 반복되나: 비대면 평가의 구조적 허점
5-1. 초대형 강의의 모니터링 한계
수백~천 명 단위의 수강생이 참여하는 강의에서는 실시간 감독과 사후 검증이 물리적으로 어렵다. 강의 커뮤니티가 커질수록 공정한 정보 공유와 부정 공유의 경계가 흐려질 위험도 커진다.
5-2. 평가 설계의 취약점
동일 문항·동일 시간대·무감독 환경은 정답 공유의 유인을 극대화한다. 문항 난도나 유형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답을 동시에 낼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부정행위의 비용을 낮춘다.
5-3. 기술 사용의 비대칭
생성형 AI, 검색, 화면 공유, 다중 디바이스 등은 시험 순간의 유혹을 높인다. 일부 학생의 ‘편법 사용’은 다른 학생에게도 압력을 만든다. “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질수록 임계점은 빠르게 무너진다.
5-4. 윤리 규범의 약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됐지만, 평가 윤리에 대한 합의와 안내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쌓였다. 학문 공동체의 신뢰는 절차와 문화 모두에서 뒷받침되어야 한다.
6. 학생 반응과 캠퍼스 민심
학생들은 대체로 “정직하게 시험 본 사람만 손해 보는 구조는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간고사 전면 무효화의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가담자 선별과 개별 처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운영 측면에선 “감독·보안이 없는 환경에서 부정 유혹을 방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사건 이후의 학습 몰입도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
7. 재발 방지 로드맵 제안(운영·기술·윤리)
7-1. 운영 설계
- 평가 분산: 단 한 번의 고위험 시험 대신, 오픈북 퀴즈·프로젝트·구술 등 다중 방식으로 분산.
- 동형 문항 수평 확산: 똑같은 문제 대신 문항 풀(pool) 기반 난수 출제와 문항 순서 셔플 적용.
- 시간 차·시드 배정: 수강생 그룹별 시작 시간/문항 시드 차등으로 동시 공유의 효용 축소.
7-2. 기술 도구
- 경량 원격 감독: 화면 녹화·탭 전환 로그·다중 디바이스 접속 탐지 등 ‘필요 최소’ 기능 도입.
- 답안 유사도·패턴 분석: 동일 응답 패턴, 비정상 응답 속도, 외부 텍스트 흔적 탐지.
- 플랫폼 가드레일: 시험 중 채팅·스크린샷 시도 탐지 알림 등 실시간 억제 장치.
7-3. 학문 윤리
- 사전 서약과 사례 교육: 실무형 시나리오로 부정행위 유형과 처벌 기준을 투명하게 안내.
- 동료 보호 채널: 익명 제보 체계와 신변 보호 원칙을 명문화.
- AI 사용 가이드: 허용/금지 범위를 교과별로 구체화하고, 허용 시 출처 표기·사용 내역 제출을 의무화.
8. 대형 온라인 강의 시대, 공정성을 지키는 기준
대형 MOOC형 강의는 접근성과 확장성이 강점이지만, 평가 공정성은 별도의 설계 없이는 지켜지기 어렵다. 문항 구성, 응시 환경, 기술 장치, 윤리 규범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야 한다.
오픈북·프로젝트·구술 평가를 적절히 조합하면 AI와 검색 시대에도 학습 목표를 측정할 수 있다. 핵심 역량을 ‘기억’보다 ‘이해·적용·설명’으로 이동시키는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교과목 특성에 맞춘 AI 허용 정책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초안 구성에 AI를 허용하되 최종 설명·근거 제시는 본인이 직접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다.
9. 마무리: 대학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
이번 고려대 사건은 비대면 시험의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 동시에 ‘공정성을 지키려는 동료의 용기’가 사태를 바로잡는 데 결정적이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제도와 문화, 기술이 함께 움직일 때만 신뢰는 복원된다.
대학은 교육적 목적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엄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학생은 공동체의 규범을 지키며, 필요한 문제 제기에 목소리를 보태야 한다. 사건의 본질은 처벌 그 자체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학습 환경을 더 나은 방향으로 고치는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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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공개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으며, 비대면 평가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제언을 포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