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가면 월 1천만원” 믿은 20대, 로맨스 스캠의 덫…청년 해외취업 사기 경보
라오스를 무대로 한 ‘환전 알바’ 제안이 로맨스 스캠 조직의 포섭 창구로 드러났다. 평범한 20대 청년들이 단기간 고수익을 좇다 범죄 가담자로 전락한 사례를 통해, 해외취업 사기의 전형적인 흐름과 실제 위험, 피하는 방법까지 짚어본다.
1. 라오스에서 벌어진 일: “환전 알바”의 민낯
최근 국내 법원은 라오스에서 ‘환전 알바’를 빌미로 스카웃된 20대 남성들에게 집행유예와 실형을 잇따라 선고했다. 제안의 포장지는 그럴듯했다. “한 달에 1천만원 가능”, “환전 업무라 위험 없고 합법”이라는 멘트였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하자 실제 업무는 투자 빙자 연애사기, 이른바 로맨스 스캠에 가담하는 일이었다.
이들의 일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콜센터 팀’으로 피해자와 친분을 쌓는 대화를 이어가고, 또 다른 누군가는 국내외 대포 계좌로 돈을 흘려보내며 흔적을 지웠다.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여러 피해자에게 큰 금전적 손실이 발생했고, 결국 이들은 범죄단체가입과 범죄수익은닉 혐의까지 더해져 처벌을 피하지 못했다.
“환전 업무”라는 말은 겉포장일 뿐, 실질은 메신저·SNS를 통한 신뢰 구축과 투자 미끼로 돈을 끌어오는 사기였다. ‘일’이라기보다 범죄의 분업 구조 속 부속품에 가까웠다.
2. ‘로맨스 스캠’은 어떻게 사람을 끌어들이나
로맨스 스캠은 장기전이다. 프로필 사진, 일상 공유, 세심한 공감으로 신뢰를 디자인한다. 특히 한국어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인력을 앞세우고, 신뢰가 형성된 뒤에는 코인·쇼핑몰·FX 마진 등 ‘검증 가능한 숫자’처럼 보이는 지표를 내세워 투자를 유도한다.
신뢰 설계의 3단계
- 프로필 단계: 외모·직업·가치관을 타깃에 맞춰 세팅
- 정서 고착 단계: 매일 안부, 고민 상담, 약속과 선물 암시
- 투자 전환 단계: “내가 해보니 안정적”, “소액부터” 같은 말로 문턱 낮추기
피해자는 “내가 선택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이른바 ‘자기 결정감’을 이용해, 의심을 덜고 금액을 키우게 만든다.
3. 20대가 표적이 되는 이유: 심리와 환경
첫째, 소득과 경력의 공백이 크다. 단기간에 ‘스펙 없이’ 올릴 수 있는 수입이라는 말이 유난히 강력하게 들린다. 둘째, SNS·메신저 노출 시간이 길어 스카웃 접점이 많다. 셋째, 친구 추천이 들어오면 경계가 급격히 약해진다. “쟤도 가는데”는 가장 위험한 신뢰 근거다.
또 다른 이유는 ‘합법 프레임’이다. 환전, 고객상담, 현지 마케팅 같은 표현은 제도권 사업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자금세탁·유사수신·전자금융사기 등과 맞닿아 있다. 국경을 넘어가면 법적 감각이 흐려지기 쉬운 것도 약점으로 작용한다.
4. 실제 사례로 본 범행 구조와 역할 분담
현지 조직은 분업이 명확하다. 콜센터, 계정 운영, 투자 플랫폼 시연, 정산·회수, 자금세탁 라인까지 체인이 끊김 없이 연결된다. 신규 유입 인력은 보통 ‘상담 스크립트’부터 교육받는다. 호칭, 공감 멘트, 재촉 타이밍, 송금 유도 문구까지 정형화돼 있다.
콜센터 팀의 일과
- 메신저 프로필 세팅, 타깃별 대화 스크립트 숙지
- 신뢰형 대화(취미·직장·가족) 축적, 정서적 의존 형성
- 투자 링크 배포, 소액 성공담 제시, 반복 리마인드
자금세탁 라인의 흐름
- 국내 대포 계좌 → 해외 전환 → 암호화폐 믹싱 또는 환치기
- 잔액 분할, 소액 반복 이체로 추적 난이도 상승
- 회수 총괄이 지갑·현금·상품권 등으로 분산 정리
겉으로는 ‘환전 보조’로 들리지만, 실제론 피해금의 흔적을 지우는 핵심 고리다. 가담 기간이 짧아도 책임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5. 법적 처벌과 남는 상처: 전과, 빚, 관계
해외에서 활동했다고 면책되지 않는다. 국내 피해가 발생하면 국내법으로도 처벌된다. 범죄단체가입,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기방조, 범죄수익은닉 등 적용 범위가 넓다. 집행유예가 나오더라도 전과는 남고, 출입국 심사·취업·보험·대출 등에서 불이익이 이어진다.
경제적 손실도 크다. 항공권·숙소·보증금 명목으로 선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운 데다, 일부는 조직으로부터 ‘위약금’이라며 추가 금전을 요구받는다. 가족·연인 관계가 파탄나는 경우도 많다. 피해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쉽다.
6. 이런 제안이라면 의심부터: 체크리스트
- 월 800만~1,500만원 등 ‘구간형 고수익’을 강조한다.
- 직무 설명이 모호하고, “환전·고객상담·홍보” 등 포괄적 표현만 있다.
- 노트북·휴대폰·메신저 계정 제공을 요구한다.
- 계약서 서명이 느슨하거나, 현지 도착 후 서명하자고 한다.
- 항공권을 대납해 주겠다며 여권 스캔본을 먼저 요구한다.
- “한국인 팀 많다”, “다들 하는 일”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 입사 전 ‘보안서약’ 운운하며 대외비를 강조한다.
하나라도 해당되면 중지하고 제3자에게 검증을 요청하자. 특히 친구가 권유했더라도 동일하게 의심해야 한다.
7. 출국 전에 해야 할 검증 루틴
문서·회사 검증
- 회사명+국가+“scam/사기” 키워드로 다국어 검색
- 현지 상업등기·사업자등록 상태 확인(가능하면 원본 스캔 요구)
- 계약서에 직무·근무지·임금·세금·보험·해지 조항 명시 여부 확인
연락망 검증
- 담당자 이메일·전화가 개인 메일/선불폰인지
- 주소가 코워킹·호텔·레지던스인 경우 현장 사진·영상 요구
보안·안전 장치
- 가족과 실시간 위치 공유, 비상연락망 설정
- 여권 스캔 최소화, 항공권 본인 결제 원칙
- 응급자금·현지 대사관 연락처 오프라인 보관
8. 이미 가담했다면: 탈출과 신고 가이드
첫째, 안전이 우선이다. 물리적 통제가 있거나 여권을 빼앗겼다면 현지 한국 공관과 즉시 연락해야 한다. 숙소·사무실 위치, 여권 상태, 연락 가능한 기기 정보를 구체적으로 전달하자.
둘째, 증거를 남겨라. 채용 과정 메시지, 급여 약속, 실제 지시 사항, 송금 내역, 조직원 닉네임·계정·지갑 주소, 사무실 사진 등을 가능하면 안전하게 백업한다.
셋째, 귀국 후 자진 신고와 진술 일관성이 중요하다. 피해 축소가 아닌 사실 그대로를 정리하고, 가담 기간·역할·수령 금액을 명확히 밝히는 게 향후 법적 판단에 도움이 된다.
9. 디지털 시대의 로맨스 스캠 진화와 대응
최근 로맨스 스캠은 SNS·메신저뿐 아니라 디팅 앱, 오픈채팅, 직장인 커뮤니티까지 침투 범위를 넓혔다. 사진 합성, 다국어 번역, 자동응답 스크립트 등 도구도 고도화됐다. 심지어 ‘소액 수익 체험’ 페이지에서 데이터만 조작해 잔고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미니 방어전술
- 프로필 이미지 역검색으로 도용 여부 확인
- 수익 인증 캡처는 원본 파일 요청, 메타데이터 점검
- 투자 링크는 샌드박스 환경에서만 열기
- 돈이 오가기 시작하면 통화 녹취와 대화 백업 병행
커뮤니티 차원에서는 의심 계정 차단 공유, 유사 패턴 사례 아카이브, 피해 발생 시 즉시 공론화가 도움이 된다.
10. 부모·연인·친구를 위한 보호 지침
주변에서 “해외 가서 한 달만 죽어라 하면 1천” 같은 말을 반복한다면 위험 신호다. 일정·계약서·회사명·동행자 정보를 요청하고, “그냥 믿어”라는 반응이 나오면 더욱 세게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 출국 전에 면대면 점검: 계약서, 현지 주소, 담당자 신원
- 위치 공유와 데드맨 스위치(정해진 시간 응답 없으면 자동 알림) 설정
- 여권·현금·카드 분산 보관 체크리스트 작성
감정적으로 몰아붙이기보다, ‘검증 절차를 같이 해보자’는 식의 동행 제안이 설득력이 높다.
11. 안전한 해외취업을 위한 대안 로드맵
현실적인 수입 기대치 세우기
신규 해외 포지션에서 숙련도·언어 역량을 감안하면, 첫 해 연봉은 현지 평균±20% 범위가 일반적이다. “첫 달 1천만원”은 당신의 스킬셋이 스타트업 C레벨급이 아닌 이상 비현실적이다.
투명한 채널 활용
- 검증된 글로벌 채용 플랫폼, 현지 상공회의소, 공공기관 해외취업 지원 채널
- 현지 산업 커뮤니티에서 실제 재직자 후기 크로스체크
문서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채용 공고, 오퍼 레터, 비자 타입, 급여 통화, 세후·세전 금액, 보험·주거 지원 범위를 이메일로 남기는 습관이 필요하다. 말로만 주는 약속은 언제든 사라진다.
12. 마무리: ‘쉽게 버는 돈’은 없다, 확인이 습관이 될 때까지
이번 라오스 사례는 화려한 포장 속에서 어떻게 평범한 20대가 ‘가담자’가 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해외에서의 ‘환전’ ‘상담’ ‘마케팅’ 같은 말들이 무해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범죄의 기름칠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장 확실한 해법은 간단하다. 의심하고, 확인하고, 기록하는 것. 친구의 추천이라도 예외는 없다. “한 달에 1천”이라는 말이 들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왜 나에게 이 기회가 왔지?’ 그 질문 하나가 당신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