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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 협약, 해양만이 아니다: ‘지구의 콩팥’ 습지를 지키는 국제 약속의 모든 것

2025년 10월 28일 · 33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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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협약의 진짜 초점은 바다가 아니라 ‘습지 전체’다. 이름의 유래부터 한국 등록 습지, 블루카본, 시민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까지 한 번에 정리했다.

람사르 협약, 무엇을 위한 약속인가

람사르 협약의 정식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문장이 길지만 핵심은 간명하다. 습지를 보전하되, 현명하게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 약속은 단순한 생태계 보호를 넘어 물 관리, 기후 대응, 재난 완충, 생물다양성 회복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는다.

여기서 말하는 습지는 갯벌, 늪, 호수, 하천, 이탄지, 염습지, 맹그로브, 저조 시 수심 6m 이하의 얕은 연안 등 “물과 땅이 맞닿는 거의 모든 공간”을 포괄한다. 즉, 육상과 해양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생태·수문 순환의 결절점을 지키는 국제 협력 장치다.

요점: 바다만 지키자는 협약이 아니라, 물길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습지 네트워크 전체를 관리하는 국제 규범이다.

이름의 유래와 연혁: 람사르에서 시작된 흐름

1971년 2월 2일, 이란의 휴양도시 람사르에서 협약문이 채택됐다. 1975년 발효 이후 가입국이 꾸준히 늘며 지금은 대부분의 주요 습지 보유국이 참여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 가입해 강원도 대암산 용늪을 첫 등록 습지로 올렸다. 가입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등록–관리–현명한 이용–모니터링의 선순환을 제도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

이 협약은 당사국총회(COP), 과학·기술 검토 그룹, 국가별 이행계획(National Reports) 등으로 운영된다. 현장 관리지표, 생물다양성 지표, 습지 손실·훼손 리스크 평가 같은 실무도구가 축적돼,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습지는 왜 ‘지구의 콩팥’인가

물 정화와 수질 회복

습지는 퇴적·여과·미생물 작용을 통해 오염물질을 줄인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정수 시스템으로, 상류의 토사와 영양염을 가라앉히고 미생물 군집이 유기물을 분해한다. 인공 시설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장기적·저비용 정화가 가능하다.

홍수·가뭄 완충

평상시에는 물을 저장하고, 홍수기에 넘치는 물을 흡수해 하류 피해를 낮춘다. 가뭄기에는 저장한 수분을 서서히 방출해 하천 유지유량을 돕는다. 이 자연 저수 기능 덕분에 치수 비용과 재해 복구비를 줄일 수 있다.

생물다양성의 요충지

철새의 중간 기착지, 양서·파충류의 번식지, 연안 어패류의 산란장 등 생애사 핵심 단계가 습지에 달려 있다. 한 곳이 무너지면 이동 경로 전체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지역 작은 습지도 국제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고리다.

가장 흔한 오해: 해양 보호 협약?

“람사르 협약은 해양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해양과 연결된 연안 습지도 분명 포함되지만, 초점은 더 넓다. 육지와 물이 만나는 모든 습지 생태계가 대상이며, 내륙의 호수·늪·하천도 동일한 중요성을 가진다.

  • 대상 범위: 갯벌·염습지·맹그로브 + 호수·하구·하천·이탄지 등
  • 관리 원칙: 보전과 현명한 이용(지역사회 참여·생태관광·전통지식 존중)
  • 지표 기반: 서식지 상태, 종다양성, 수문·수질, 토지이용 변화 모니터링

요컨대, 바다를 지키는 일은 협약의 일부이고, 습지를 지키는 일이 전체다. 경계를 넓혀야 해답이 보인다.

국제 동향과 한국의 현황

세계적으로 람사르 등록 습지는 수천 곳에 이른다. 당사국은 170개국 이상으로, 국가별로 국가습지목록, 보호구역 지정, 국가보고서 제출을 통해 이행 상황을 관리한다.

한국은 1997년 가입 이후 대암산 용늪을 시작으로 창녕 우포늪, 전남 순천만·보성갯벌, 전남 신안갯벌 등을 포함해 수십 곳을 등록해 왔다. 철새의 중간 기착지 역할이 두드러지고, 연안 갯벌은 어촌경제와도 연결된다. 등록은 시작일 뿐이며, 정기적인 생태 모니터링과 훼손지 복원, 지역사회 참여가 뒤따를 때 국제적 위상과 실제 보전 성과가 함께 오른다.

참고: 국내 등록 숫자는 해마다 변동 가능하다. 신규 등록과 경계 조정, 복원지 추가 등의 이유다. 중요한 건 숫자 경쟁이 아니라 질 높은 관리와 연결성 확보다.

블루카본과 기후위기: 습지가 만드는 감축 효과

연안 습지(갯벌, 염습지, 맹그로브)는 이산화탄소를 장기 저장한다. 이른바 블루카본이다. 침전되는 유기물이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분해가 느리게 진행되며 탄소가 퇴적층에 쌓인다. 갯벌과 이탄지는 육상 숲 못지않거나 그 이상으로 단위면적당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보전의 의미는 단지 흡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훼손된 습지를 복원하면 매립·건조 과정에서의 탄소 방출을 줄이고, 장기 저장 창고를 다시 여는 효과가 있다. 국가 탄소중립 로드맵에서 습지 복원이 가진 비용 대비 효율이 주목받는 이유다.

사례로 이해하는 한국의 람사르 습지

대암산 용늪: 국내 1호 등록

초지·습원·이탄지가 복합된 고산 습지다. 낮은 온도와 느린 분해 속도 덕분에 오래된 유기물이 층층이 쌓여 독특한 생태를 이룬다. 보전 핵심은 출입 관리와 수문 안정화다.

창녕 우포늪: 살아있는 습지 교과서

하천과 늪이 연결된 광활한 내륙 습지. 철새의 월동지이자 지역의 수해 완충 장치다. 방문객이 많지만 관찰로, 해설 프로그램, 탐방 동선 관리로 이용·보전을 함께 가져가고 있다.

순천만·보성·신안 갯벌: 연안 네트워크

해류·퇴적·염생식물 군락이 만들어낸 유기물 순환의 허브. 어패류 산란장과 조간대 먹이망 덕분에 철새가 몰린다. 블루카본 저장고로서의 가치도 크다.

현장 관람 시에는 탐방로 이탈 금지, 조수 시간 확인, 야생동물 간격 유지가 기본 매너다.

보전과 현명한 이용: 지역경제와의 균형

람사르 협약은 “손대지 말자”가 아니라 “잘 쓰자”에 가깝다. 생태관광, 전통어업, 환경교육, 친수공간 조성 등 지역의 삶과 연결될 때 보전은 오래간다. 관건은 수용력(capacity)과 임팩트 관리다.

현명한 이용 원칙

  • 탐방 수용 인원과 동선 제한으로 교란 최소화
  • 지역 주민·어민과의 협의체 운영
  • 수문·수질 상시 모니터링과 적응형 관리
  • 수익의 지역 환원과 보전기금 조성

피해야 할 실수

  • 매립·직강화 같은 불가역적 변경
  • 무분별한 시설물 설치로 서식지 단편화
  • 단기 이벤트 중심의 과잉 방문 유도
  • 과학적 근거 없는 조경식 복원

중복문서 걱정 없는 핵심 Q&A

Q1. 왜 ‘국제 등록’이 필요한가?

국가 간 철새 이동과 수문 연결은 국경을 모른다. 국제 등록은 공동 기준을 공유하고, 훼손 시 국제적 관심과 지원을 끌어낼 근거가 된다. 또한 관광·교육·연구의 신뢰 기반이 된다.

Q2. 도시 근교 작은 습지도 중요한가?

그렇다. 작은 습지는 홍수 때 즉각적인 완충과 도심 열완화, 곤충·조류의 피난처 역할을 한다. 파편처럼 흩어진 소습지를 잇는 것이 도시 생태 네트워크의 시작이다.

Q3. ‘복원’은 어떤 순서로 진행하나?

수문 회복 → 오염원 차단 → 토양·퇴적 상태 개선 → 자생종 식생 회복 → 모니터링과 적응형 관리. 사람 손을 덜 타게 하는 설계가 장기적으로 성과가 좋다.

일상에서 시작하는 습지 보호 체크리스트

  • 하천변·습지 방문 시 탐방로 이탈 금지, 드론·스피커 사용 자제
  • 비점오염 줄이기: 세제 절약, 빗물받이 쓰레기 투기 금지, 마당·주차장의 불투수면 줄이기
  • 제철·지속가능 수산물 구매, 산란기 포획 금지 표시 확인
  • 지역 생태해설 프로그램 참여 및 시민과학(철새 모니터링) 동참
  • 개인 기부·자원봉사로 복원 프로젝트 지원

거창한 행동만이 해답은 아니다. 일상에서의 물 사용 습관과 쓰레기 관리가 습지의 첫 관문을 지킨다.

미래 전망: 도시와 습지의 동행

기후위기로 극한 강우가 잦아지는 시대, 도시는 습지를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다시 본다. 홍수 저감, 열섬 완화, 여가·교육 공간으로서 습지는 도시 회복력의 인프라가 된다. 빗물정원, 저영향개발(LID), 도심 수변 복원 같은 정책이 람사르 원칙과 맞물린다.

결국 람사르 협약은 ‘자연의 기능을 이웃 삼아 쓰는 기술’에 가깝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훼손을 멈추고, 자연이 회복할 공간과 시간을 보장하며, 그 혜택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 그 시작은 우리 동네 하천과 갯벌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람사르협약#습지보전#블루카본#현명한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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