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인포스
뉴스연예경제IT/테크라이프스포츠

가뭄 지나자 ‘최악 장마’…강릉 10월 폭우, 농가 직격탄과 기후 리스크 경보

2025년 10월 25일 · 18 read
URL 복사
카카오 공유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오봉저수지가 한때 저수율 한 자릿수에서 방류 수준으로 반전됐고, 수확기엔 비가 연속적으로 이어졌습니다. 벼 수발아, 배추 무름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영동 지형과 북동풍이 만든 비구름의 영향을 정리하고 농가·지자체가 지금 당장 점검할 대응 체크리스트를 담았습니다.

한 달 새 뒤집힌 수자원 상황: 오봉저수지의 극단적 반전

강릉 시민들이 체감한 변화는 숫자보다 더 선명했습니다. 저수지 바닥이 갈라져 등껍질 같은 균열을 드러내던 풍경은 어느새 물결로 채워졌고,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하는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생활·농업용수의 심리적 안전판 역할을 해온 저수지가, 짧은 기간 동안 ‘부족’에서 ‘과잉’으로 급변한 셈입니다.

이 반전은 단지 강우량의 문제가 아닙니다. 강우 강도와 지속, 유역의 토양 포화 상태, 유입·유출 관리가 복합적으로 맞물렸습니다. 저수율이 낮을 때는 강우가 곧바로 흡수·저장되지만, 포화가 진행되면 추가 강우는 급격히 유출로 전환되죠. 하류 징검다리가 폐쇄되는 장면은 ‘저장’의 임계치에 도달했음을 상징합니다.

포인트
  • 저수율 저점(두 자릿수 초반)에서 단기간 90%대 접근
  • 포화 이후 강우는 홍수성 유출로 전환 → 하류 수위 급상승
  • 방류 시작은 저수지 운영의 안전 최우선 조치

10월에 여름 두 달치? 기록적 강수와 ‘가을 장마’의 배경

10월의 강릉은 사실상 ‘장마 모드’였습니다. 초순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비가 스쳐 갔고, 누적 강수량은 평년 7·8월을 합친 값에 맞먹는 수준으로 쌓였습니다. 체감으로는 “비가 그치면 또 오고, 구름이 걷히면 다시 남쪽에서 밀려드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핵심은 기압계 배치와 지형 상호작용입니다. 중국 대륙에 자리 잡은 고기압 가장자리에서 유입된 북동풍이 동해를 통과하며 수증기를 실어 나르고, 태백산맥의 경사면에서 상승하면서 비구름을 증폭했습니다. 여름의 장마전선처럼 명확한 전선대가 없어도, 이런 ‘기류 + 지형’ 결합만으로도 며칠, 혹은 몇 주에 걸친 집중강우가 가능해집니다.

기상 해설 한 줄

“연속된 북동기류 + 동해 수증기 + 태백산맥 사면 상승효과” → 영동 편중 강우

수확기 직격탄: 벼 수발아·배추 무름, 현장에서 벌어진 일

농번기엔 비가 모자라 관개로 버티다, 정작 수확 철에 연속 강우가 겹치면 타격은 큽니다. 벼는 수확이 늦어질수록 포장에서 젖은 상태가 지속되고, 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가 급증합니다. 한번 싹이 트면 등숙률이 떨어지고, 품위와 가공성이 저하돼 판매 단가가 크게 낮아집니다.

배추는 땅힘과 통풍이 핵심입니다. 포장 상태가 진흙처럼 무르면 뿌리 호흡이 막히고, 높은 습도와 낮은 일조가 겹치면서 무름병·노균병이 번지기 쉬운 조건이 됩니다. 뿌리부터 물러 들어가는 증상은 겉잎으로 늦게 나타나서, 겉보기에 멀쩡해도 잡아당기면 맥없이 뽑히는 일이 일어납니다.

“가물 땐 퍼 올려서 버텼지만, 가을 비는 막아낼 방법이 없다.” 농가들의 이 말은 체감 리스크가 어느 선을 넘었다는 신호입니다.

왜 강릉이 더 맞았나: 북동풍, 태백산맥, 영동 효과

강릉을 비롯한 영동은 ‘지형성 강수’의 교과서 같은 지역입니다. 북동풍이 불어들면 동해에서 머금은 수분이 산지에 막혀 상승하고, 응결로 비구름이 강화됩니다. 반대로 영서로 넘어가면 강수 강도가 급격히 약해지는 ‘그늘’ 현상이 생기죠. 이번에도 같은 메커니즘이 반복됐고, 10월이라는 시기적 특성상 바람 방향이 길게 고정되며 누적 강우가 커졌습니다.

여기에 해수면 온도 편차와 중규모 대기파동이 영향을 더합니다. 따뜻한 해수면은 수증기 공급을 늘리고, 상층의 약한 저기압성 소용돌이가 남북으로 흔들리며 비열차를 여러 차례 재공급합니다. 결과적으로 ‘짧지만 강한’ 스콜이 아니라, ‘길고 질긴’ 강우 패턴이 형성됐습니다.

농가 긴급 점검표: 오늘 당장 줄일 수 있는 피해

1) 벼(수발아·도복) 대응

  • 포장 배수로 재정비: 논두렁 배수 홈을 깊게 내고 출수구에 막힘이 없는지 확인
  • 부분 수확 전략: 수발아 진행 구간부터 우선 수확해 혼합율(품위 하락)을 최소화
  • 건조 창고 확보: 자연 건조가 어렵다면 임시 곡물 건조장·공동 장비 대여 연계
  • 보험·공적 보상 절차 사전 준비: 사진·영상으로 피해 시점과 범위를 기록

2) 배추(무름·노균) 대응

  • 포기 간 통풍 확보: 과밀 구간 잎 정리, 바닥 비닐 멀칭 파손부 즉시 보수
  • 침수 후 24시간 내 관주 살균제 처리 검토: 동일 약제 연속 사용 자제, 작용기작 교대
  • 상습 저지대 수확 시기 앞당기기: 겉보기 양호 포기도 선제 출하로 손실 분산
  • 수확 전 선별대 도입: 포장-선별-출하 동선 단축으로 2차 오염 차단

3) 공통

  • 포장 진입 최소화: 장비 진입은 토양 재포화와 뿌리 손상을 키우므로 동결
  • 농로 배수 펌프 공유: 마을 단위 이동펌프 운영표 만들어 교대로 사용
  • 기상 특보 문자 알림 설정: 시간당 강우 급등 구간에 대비해 인력·장비 배치 조정
현장 팁

사진·동영상을 날짜가 보이게 기록해 두면, 사후 피해 인정과 단가 조정 협의에 실질적인 근거가 됩니다.

수자원과 농업의 ‘과잉·과소’ 사이클: 장기 리스크 관리

이번 사례는 ‘가뭄-집중호우’라는 극단의 진자 운동이 짧은 주기로 반복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농업은 이 진자의 중간값이 아니라, 양 끝단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습니다. 따라서 평년값 중심 설계에서 벗어나, 극단값을 견디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농가 단위

  • 품종 포트폴리오: 조생·중생·만생을 섞어 수확 시기를 분산
  • 미세고도 보정: 포장 내 미세 경사 재설계로 포인트 침수 최소화
  • 공유 장비 조합: 건조기·펌프·발전기 공동구매/리스로 ‘피크’ 때 가동률 확보

지자체·기관 단위

  • 소하천 준설·배수관 거점 관리: 저수지 방류와 하류 수위 연동 운영
  • 공동 건조장 상시 운영: 수확기 강우 시 탄력 운영으로 가격 급락 완충
  • 재해보험 실효성 강화: 손해평가 인력 기동대 편성, 현장 판정 대기 시간 단축

지역 사회가 함께 할 일: 침수·병해·가격 리스크 완충하기

농업 피해는 개인의 손실을 넘어 지역 경제의 파고로 이어집니다. 수확량 감소는 곧 지역 식자재 가격 변동과 외식업 원가 압박으로 확산됩니다. 이런 연쇄를 막으려면 ‘현금 흐름’과 ‘시장 신뢰’를 지키는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 로컬푸드 직매장 탄력 운영: 등급 혼입을 막고, 경미 손상 농산물의 가공 연계
  • 학교·공공 급식의 유연 조달: 규격 완화와 단가 보호로 농가 현금흐름 유지
  • 병해 공동 방제 주간: 마을 단위 동시 살포로 재감염 고리 차단
가격 방어 팁

선별·가공 협동조합을 통해 ‘세척·절단·절임’ 공정을 붙이면, 경미 손상 배추의 상품성을 2차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기온 급강하 예고와 애프터케어: 비 뒤의 한기가 더 위험하다

강우가 잦아든 뒤 찾아오는 북서 계열의 한기는 작물 스트레스를 키웁니다. 젖은 포장 위 냉기 정체는 병해를 더 번지게 하고, 수확 후 건조·보관 단계에서 품질 하락을 유발합니다. 수확 직후의 온습도 관리가 곧 ‘가격’으로 연결되는 이유입니다.

  • 수확물 건조: 통풍 선반과 송풍기를 활용해 단시간 표면 수분 제거
  • 저온 저장 전 예냉: 야외 냉기 대신, 결로가 덜 생기는 실내 예냉 권장
  • 포장 복구: 배수 홈 재정비, 훍마감으로 퇴수 유도
체크

기온 급락이 예보되면 야간 포장 작업은 줄이고, 오전 햇살 이후로 일정을 조정하세요. 이슬·결로 시간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병반 확산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정리: ‘최악 장마’ 이후를 대비하는 실질 체크리스트

  • 기록: 사진·영상으로 포장 상태와 작물 피해를 남겨 보상·보험 근거 확보
  • 분산: 수확 시기·품종·출하처 분산으로 리스크 포트폴리오 구축
  • 공유: 마을 단위 장비·건조장·펌프 공유로 피크 수요 대응
  • 배수: 농로·포장 배수로 상시 정비, 소하천 막힘 구간 공동 점검
  • 애프터케어: 비 뒤의 저온·결로 관리가 최종 품질을 좌우

가뭄과 장마가 같은 해에 번갈아 찾아오는 시대입니다. ‘평년’이라는 말이 체감에서 멀어졌다면,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기록과 준비뿐입니다. 현장의 숙련과 지역의 협력이 맞물릴 때, 다음 번 진자 운동의 끝자락에서 버틸 힘이 생깁니다.

같은 카테고리 게시물
최근 다른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