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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에너지, 바다 위에서 시작된 전력 혁명: 파도·조류·온도차가 만드는 ‘다음 전력망’

2025년 10월 17일 · 27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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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지고 바람이 멎어도 바다는 쉬지 않습니다. 파도와 조수, 해류와 온도차까지—바다의 움직임을 전기로 바꾸는 해양에너지가 왜 지금 주목받는지, 국내외 실증과 과제, 그리고 현실적인 로드맵을 정리했습니다.

1. 바다가 전력원이 되는 순간

해변에서 부서지는 물결을 보고 있으면, 그저 풍경처럼 스쳐 지나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물의 밀도는 공기보다 약 800배 높고, 그만큼 같은 조건에서 더 큰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해양에너지의 핵심은 이 밀도와 주기성입니다. 날씨 변화에 예민한 육상 재생에너지와 달리, 바다는 계절과 천문주기에 따라 비교적 예측 가능한 리듬으로 움직입니다.

이 특성 덕분에 해양에너지는 ‘기저부하’의 일부를 담당할 수 있는 차세대 청정전원으로 거론됩니다. 파랑, 조류, 조력, 해양온도차(OTEC), 염분차—각기 다른 원리이지만 목표는 같습니다. 바다의 움직임을 손실 없이 전력으로 바꾸는 것. 이제 기술은 실증을 넘어, 상용화의 바로 앞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예측가능성
조석 주기 기반으로 24~48시간 전 발전량 예측 정밀도↑
에너지 밀도
물의 밀도는 공기 대비 약 800배
운영 환경
부식·피로·해양생물 부착 등 극한 조건

2. 해양에너지 한눈에: 개념과 기술 스펙트럼

해양에너지는 바다의 물리적 움직임과 성질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합니다. 대표 기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 파랑에너지: 파도의 상하·전후 운동을 기계적 운동으로 바꿔 발전.
  • 조류·조력에너지: 조석으로 생기는 수위차나 빠른 해류를 터빈으로 전환.
  • 해양온도차 발전(OTEC): 표층 따뜻한 물과 심층 차가운 물의 온도차로 순환 사이클 구동.
  • 염분차 에너지: 민물과 바닷물의 염도 차에 따른 삼투압·전기화학 현상 활용.
요점: 해양에너지는 단일 기술이 아니라, 서로 다른 원리의 포트폴리오입니다. 현장 환경에 맞춘 ‘맞춤형 조합’이 경제성을 좌우합니다.

3. 원리 해부: 파도·조수·온도차·염분차는 어떻게 전기로 바뀌나

3-1. 파랑에너지

부표형, 오실래이팅 워터 컬럼(OWC), 오버토핑 등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파도의 상하 운동을 부표가 흡수하고, 이를 유압·기계식 링크를 통해 발전기로 전달합니다. OWC는 파도로 공기실의 압력을 변동시켜 양방향 터빈을 돌립니다.

3-2. 조류·조력

조류발전은 바닷속 풍력과 비슷합니다. 해류가 터빈 블레이드를 회전시키고, 감속기·발전기를 통해 전력을 생산합니다. 조력발전은 조차가 큰 만에 배수갑문과 댐을 설치해 수위차로 터빈을 돌리는 방식으로, 대규모 단지화가 가능하지만 환경영향 평가가 까다롭습니다.

3-3. OTEC(해양온도차)

표층수(약 24~30℃)와 심층수(약 4~6℃)의 온도차를 이용해 저비점 작업유체(암모니아 등)를 순환시키는 랭킨 사이클 기반 발전입니다. 열대 및 아열대 해역에서 유리하며, 안정적 출력이 장점입니다.

3-4. 염분차

하구에서 민물과 해수가 만날 때의 삼투압 차를 막(멤브레인)을 통해 전기화학적으로 전환합니다. 역전기투석(RED)과 압력지연삼투(PRO)가 대표 기술로, 아직 상용화는 초기 단계입니다.

현장 팁: 파랑은 계절 변동성이 크고, 조류는 지형 의존성이 강합니다. 설계 단계에서 장기 계측데이터(파고·주기·유속)를 확보하는 것이 비용 절감의 출발점입니다.

4. 세계는 이미 움직였다: 글로벌 실증과 상용화 흐름

영국·스코틀랜드는 해양에너지의 선도 지역입니다. 특히 스코틀랜드 북부의 조류발전 단지 ‘MeyGen’은 수년 간 안정 운영으로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호주의 CETO 시스템은 잠수형 파랑발전으로 파고 영향에 강하며, 전력과 담수 생산을 함께 노립니다. 스웨덴의 CorPower Ocean은 공진 기술로 파도 진폭을 증폭해 효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접근으로 투자 유치를 이끌었습니다.

최근에는 해상풍력과 해양에너지를 결합한 복합 플랫폼이 늘고 있습니다. 같은 해역 인프라(기초, 케이블, 유지보수 선단)를 공유해 CAPEX·OPEX를 낮추고, 바람과 파도의 상보적 출력을 섞어 변동성을 완화하는 전략입니다.

“바다에서는 모든 부품이 시험대에 오른다.” — 해양엔지니어들이 오래전부터 반복해 온 말입니다. 내식·피로·해양생물 부착, 이 세 가지가 신뢰성과 비용의 관건이죠.

5. 한국의 기회와 과제: 삼면이 바다인 나라의 숙제

한국은 서해의 큰 조차, 남해의 복잡한 해안선, 동해의 심해 환경이 공존해 기술 실증에 유리합니다. 제주 차귀도 파랑 실증, 울릉도 독립계통 대응 연구, 전남 진도 해역의 조류 자원 평가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돼 왔습니다. 정부는 해양에너지 실증단지 조성, 해상풍력과의 연계, R&D 확대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추세입니다.

다만, 생태계 영향평가와 인허가 절차의 복잡성, 계통 연계(해저케이블·변전소) 병목, 연중 유지보수 선단 확보 등 구조적 과제가 명확합니다. 섬 지역의 마이크로그리드와 연계하거나, 어촌과 상생 모델을 설계하는 방식이 실효성을 높입니다.

잠재 해역
서해 조차, 남해 난류 교차, 제주 파랑
우선 분야
파랑·조류 파일럿, OTEC 테스트베드
핵심 쟁점
인허가·계통·유지보수 창구 단일화

6. 경제성의 문턱: LCOE, 유지보수, 그리드 통합

해양에너지의 균등화 발전비용(LCOE)은 기술별·해역별로 편차가 큽니다. 조류·파랑은 초기 CAPEX가 높고, O&M이 핵심 변수입니다. 다음 요소가 비용을 좌우합니다.

  • 설계 표준화: 모듈화·대량 생산이 가능할수록 CAPEX 하락.
  • 내식·코팅 기술: 교체주기 연장으로 OPEX 절감.
  • 접근성: 항만·조선 인프라와의 거리, 기상일수.
  • 그리드 통합: 해저케이블·해상변전소·DC 연계의 최적화.

출력 변동성은 하이브리드 구성으로 완화합니다. 해상풍력, 배터리(ESS), 때로는 수전해(그린수소)와 연계해 잉여 전력을 저장·활용하면 전력계통의 수용성이 높아집니다.

7. 환경·허가 이슈: 생태계 영향과 안전성

해양 포유류의 소음 민감도, 어장 변화, 퇴적 패턴 변화는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조력은 월파·퇴적 영향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터빈 회전부와의 생물 충돌 위험은 회전 속도 저감, 초음파 회피, 조명 최적화 등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허가 절차는 사전 타당성 조사(자원·지반·생태) → 주민 소통 → 환경영향평가 → 항로·군사·어업 권역 협의 → 공사 허가의 순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기부터 어업인·지자체와 공론장을 열어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실무 포인트입니다.

8. 해상풍력과의 동거: 복합 플랫폼의 전략

같은 바다에서 바람과 파도를 동시에 쓰면 무엇이 좋아질까요? 첫째, 인프라 공동 활용로 비용이 줄어듭니다. 둘째, 가동률이 보완됩니다. 풍속이 낮은 날에 파랑이 받쳐주는 경우가 있고,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셋째, 운영 선단·정비 창구를 통합해 O&M 일정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복합 플랫폼에서는 플랫폼 형상(모노파일·자켓·부유식), 계류 시스템, 전력 변환장치의 공간 배치가 설계 핵심입니다. 부유식 풍력과 파랑발전 모듈을 결합할 때는 상호 간 진동 커플링을 피하기 위해 제어 알고리즘을 통합 설계합니다.

9. 2030~2040 로드맵: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9-1. 1단계(지금~2027): 데이터가 먼저

  • 유망 해역의 장기 계측(파고·주기·유속·수온·염분) 확대.
  • 파일럿(수 MW급)로 O&M 데이터 확보, 표준화 설계 라이브러리 구축.
  • 어업·항로·환경을 고려한 해역 분류(적합·조건부·부적합).

9-2. 2단계(2028~2032): 하이브리드 상용화

  • 해상풍력+파랑/조류 복합 단지 10~50MW급 시범.
  • 해저케이블·해상변전소 DC 연계로 손실 최소화.
  • ESS·수전해 연계로 잉여전력 활용, 그린수소 파일럿.

9-3. 3단계(2033~2040): 지역 맞춤 에너지 허브

  • 섬·연안 마이크로그리드와 연계한 자립형 전원.
  • 조선·해양플랜트 산업과 공급망 통합, 정기 정비 생태계 구축.
  • OTEC 테스트베드 상용화 검증(열대 해외 협력 포함).
현실 체크: 경제성은 ‘단일 설비’가 아니라 ‘프로젝트 묶음’에서 나오기 쉽습니다. 3~5기 동시 조달·시공 전략이 단가를 낮춥니다.

10. 자주 묻는 질문 7가지

Q1. 해양에너지는 아직 너무 이르지 않나요?

A. 기술별 편차가 있지만, 조류·파랑은 다수의 장기 실증을 마쳤고, 해상풍력과의 복합 구성이 상용화의 관문을 낮추고 있습니다.

Q2. 환경에 해롭지는 않나요?

A. 설계와 운영에 따라 영향이 달라집니다. 저소음 설계, 회전속도 제한, 서식지 회피 배치,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Q3.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드나요?

A. 해양은 가혹한 환경입니다. 다만, 내식 코팅·캐소드 보호, 표준화 부품, 예지정비를 적용하면 OPEX를 안정화할 수 있습니다.

Q4. 우리나라에 맞는 기술은?

A. 서해는 조차 활용, 남해는 조류·파랑, 동해는 심해 인프라 테스트에 유리합니다. 프로젝트별 자원·이해관계자·계통 상황을 종합 판단합니다.

Q5. 전력 품질은 안정적일까요?

A. 조석 주기 예측력과 하이브리드·ESS 연계로 출력 변동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Q6. 투자 관점에서 포인트는?

A. 장기 PPA, REC/인센티브 구조, 표준화 설계의 누적 학습효과, 항만·조선 클러스터 접근성이 핵심 변수입니다.

Q7. 담수화·열공조와도 연결되나요?

A. 가능합니다. CETO처럼 전력+담수, OTEC의 심층냉수는 지역 냉방(DC)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11. 마무리: 파도는 사라지지만, 에너지는 남는다

해양에너지는 아직 완성형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먼 미래의 이야기만도 아닙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실증이 상업 단계로 넘어가고, 한국 역시 해역 특성상 도전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핵심은 ‘현장 데이터’와 ‘복합 전략’입니다. 바다가 가진 리듬을 읽고, 적합한 기술을 고르고, 지역과 상생하는 설계를 고집한다면 전력의 지형은 바뀝니다.

밤에도, 흐린 날에도, 바다는 쉬지 않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움직임을 정직하게 받아 적는 것. 그리고 기술이 자연과 함께 오래 가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가 쓰는 전기의 한 조각이 파도에서 왔다고 말하게 될 날—그때의 바다는 오늘보다 더 조용하고, 더 건강하길 바랍니다.

키워드: 해양에너지, 파랑발전, 조류발전, 조력, OTEC, 염분차, 해상풍력 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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