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 몸매 선곡 논란을 둘러싼 맥락과 배움
유방암 인식 캠페인 애프터 파티에서 박재범이 자신의 히트곡 ‘몸매’를 선곡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감정적 비난에 머무르기보다, 공익 행사에서의 TPO와 주최 측 검수 절차, 아티스트의 책임이 어떻게 맞물려야 하는지 차분히 정리합니다.
사건 개요와 쟁점의 핵심
서울의 한 자선 캠페인 행사 애프터 파티 무대에서 박재범이 히트곡 ‘몸매’를 불렀고, 일부 가사 표현이 행사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논란이 커졌습니다. 주최 측 계정에 올라갔던 공연 영상은 짧은 시간 내 삭제되었고, 온라인상에는 “취지에 맞지 않는 선곡”이라는 비판과 함께 “애프터 파티의 성격이라면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핵심 쟁점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유방암 인식 향상을 목적으로 한 행사라는 맥락에서 해당 곡이 적절했는가. 둘째, 이 적절성 판단을 누구의 책임으로 봐야 하는가, 즉 아티스트 개인의 상황 감각과 주최 측의 사전 검수 시스템 중 어디에 더 큰 무게를 둘 것인가입니다.
논란은 “곡 자체의 문제”보다는 “특정한 시간·장소·상황에서의 선택”이라는 TPO 문제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선곡 논란이 커진 배경 TPO와 맥락
TPO는 Time, Place, Occasion의 약자로, 같은 콘텐츠라도 맥락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온도가 크게 달라지는 원리를 의미합니다. 대형 클럽 페스티벌에서 호응을 얻던 곡이, 공익 목적의 모금 캠페인 문맥에서는 다른 해석을 낳을 수 있습니다. 특히 유방암 인식 향상이라는 의도의 무대에서는 가사 한 줄, 제스처 하나의 상징성까지 고려 대상이 됩니다.
애프터 파티라는 점을 근거로 “공식 행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같은 공간과 같은 날, 같은 의도의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파티는 여전히 ‘브랜드드 이벤트’의 일부입니다. 즉, 공식 본행사와 별도의 자유 공연이라 하더라도 ‘행사의 맥락’에서 완전히 분리되기 어렵습니다.
또 하나의 배경은 대중 감수성의 변화입니다. 의료적 이슈와 관련된 공익 행사에서는 당사자와 가족의 심리를 배려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표준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는 별개로, 공감의 레이더를 얼마나 정교하게 맞추는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박재범의 입장과 사과문 핵심 문장 정리
논란 직후 박재범은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습니다. 요지는 “공식 캠페인이 끝난 뒤 열린 파티 무대였고, 좋은 취지로 모인 분들을 위해 공연했다. 그럼에도 불쾌하거나 불편했다면 죄송하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무페이로 참여했고 부상 상태에서 무대에 올랐다는 사정을 덧붙이며, 선한 의도가 악용되지는 않길 바란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사과문의 구조를 보면,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사과한다는 순서를 따르고 있습니다. 공공 이슈에서 자주 논란이 되는 “의도 vs. 결과”의 프레임 속에서, 결과의 책임을 인정하며 오해를 줄이려는 방식으로 읽힙니다.
다만 일부 대중은 “무페이 여부는 쟁점이 아니다” “핵심은 선곡”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아티스트의 노고나 의도와 별개로, 공익 무대에서 ‘표현의 결과’가 가장 우선한다는 사회적 기준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요약: 선한 의도로 참여했더라도, 맥락에 맞지 않는 선택이었다면 결과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동시에 그 책임은 개인에게만 있지 않고 행사 설계와 검수에도 분산된다.
주최 측 검수의 빈틈과 공공 행사 운영 원칙
대중이 던진 또 다른 질문은 “주최 측은 무엇을 했는가”입니다. 아티스트가 모든 맥락을 100%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주최 측은 선곡과 퍼포먼스 가이드를 사전에 제시하고, 공연 전 리허설 단계에서 가사를 포함한 세부를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특히 질병 인식, 추모, 사회적 약자와 연계된 캠페인이라면 더더욱 정교한 검토가 요구됩니다.
영상이 업로드 20분 만에 삭제된 점은, 내부에서도 문제 소지가 빠르게 인지됐음을 뜻합니다. 이는 ‘사후 대응’으로는 빠르지만, ‘사전 예방’ 단계가 충분치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공공 행사 운영을 위한 기본 원칙
- 선곡 가이드라인: 민감 영역 키워드 분석표를 만들고 레드·옐로 리스트로 분류
- 사전 시나리오 공유: 진행 동선, 멘트 톤, 제스처 가이드까지 문서화
- 현장 승인 절차: 리허설 후 큐시트와 가사를 최종 승인하는 2단계 체크
- 비상 플랜: 부적절 요소 발생 시 대체 곡, 대체 멘트, 무대 전환 시나리오 확보
행사의 격을 지키는 일은 아티스트의 자율성 통제라기보다, 공감의 합의를 만드는 ‘협업 디자인’에 가깝습니다.
대중 감수성의 변화와 대중음악의 경계
대중음악은 맥락 변화에 가장 민감한 장르입니다. 클럽, 콘서트, 페스티벌, 캠페인, 학교 축제 등 무대가 바뀌면 같은 곡도 다른 의미를 띱니다. 특히 신체에 대한 묘사가 포함된 곡은 ‘놀이의 코드’에서 소비될 때와, ‘회복과 지지’의 메시지가 중심인 자리에서 소비될 때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더불어 SNS 클립 중심의 소비가 보편화되며, 몇 초의 장면이 맥락 없이 확산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애프터 파티였으니 괜찮다”는 내부 판단이 외부 확산 과정에서 희미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익 목적의 브랜드드 이벤트에서는 “유통될 장면” 자체를 설계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표현의 자유와 공감의 책임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공공의 장에서, 특히 질병을 다루는 캠페인에서는 ‘자유’와 ‘공감’이 같은 무게로 올라갑니다. 이 균형은 검열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창작자가 자신의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세팅 조정’에 가깝습니다.
앞으로의 실전 체크리스트 아티스트와 주최 측
아티스트를 위한 7가지
- 행사 목적 한 줄 요약 받기: 누구를 위해, 무엇을 기대하는지
- 관객 구성 파악: 환우, 가족, 후원자, 일반 관객 비율
- 가사 민감도 점검: 신체·질병·성·폭력 연상 키워드 재검토
- 대체 세트리스트 준비: 분위기 전환이 가능한 안전 트랙 확보
- 멘트 시나리오: 감사, 지지, 응원의 키워드로 사전 구성
- 리허설 커뮤니케이션: 주최 측 담당자와 곡별 확인
- 클립화 관점: 30초 하이라이트가 단독 확산돼도 오해 없게
주최 측을 위한 7가지
- 선곡 가이드 문서화: 금지·주의·권장 영역 명시
- 큐시트 사전 승인: 곡, 버전, 퍼포먼스 요소 포함
- 현장 담당자 권한 부여: 상황에 따른 실시간 조정 권한
- 대체안 제공: 권장 곡 리스트와 협업 DJ 세트 마련
- 브리핑 세션: 아티스트·안무·엔지니어 동시 브리핑
- 콘텐츠 유통 계획: 촬영·게시·삭제 기준과 승인 라인
- 피드백 루프: 행사 후 회고와 개선안 공유
비난을 넘어 학습으로 가는 길
이번 논란에서 중요한 건 ‘누가 더 잘못했는가’를 가르는 것보다, 다음 번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무엇을 바꿀 수 있느냐입니다. 사과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 되려면, 구체적인 제도화가 뒤따라야 합니다. 업계 표준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공익 행사에서 통용되는 가사·퍼포먼스 가이드가 축적된다면 같은 논란은 크게 줄어듭니다.
청중 또한 ‘즉각적 분노’ 대신 ‘개선 요구’로 목소리를 모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다음에는 지지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 공연 구성을 보길 원한다”는 피드백은 생산적입니다. 결국 문화는 합의로 진화합니다.
유사 사례 비교를 통한 교훈 확장
해외에서도 자선 갈라, 의료·추모 행사에서 특정 곡이나 무대 연출이 논란이 된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공통점은 ‘행사 취지와 상징성의 충돌’입니다. 반대로 좋은 사례에서는 메시지의 명료함, 감정선을 배려한 선곡, 관객 참여형 응원 파트가 돋보였습니다. 작은 디테일이 분위기를 바꾸는 장면은 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복지·의료 캠페인에서 다큐멘터리적 영상과 어쿠스틱 편곡을 결합해 ‘함께 견디는 시간’의 정서를 만든 무대가 호평을 받곤 합니다. 무대의 에너지를 낮춘다고 해서 무조건 밋밋해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밀도 높은 감정의 여운이 남습니다.
대안적 무대 구성 아이디어
- 히트곡의 클린 버전 또는 가사 일부 하이라이트 조정
- 협업 무대: 스트링·어쿠스틱 편성으로 감정선 재구성
- 관객 헌정 파트: 환우·가족에게 바치는 한 문장 메시지 낭독
- 피날레 합창: 모두가 따라 부를 수 있는 희망 테마 송
정리 오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첫째, 공익 행사에서는 선곡과 퍼포먼스의 기준선이 평소와 다릅니다. 둘째, 책임은 개인과 조직이 나눠 지며, 사전 검수가 핵심입니다. 셋째, 사과의 다음 단계는 제도화입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논쟁은 ‘더 나은 다음’으로 수렴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티스트와 주최 측, 관객이 함께 합의의 기준을 조금 더 정교하게 다듬는다면, 다음 무대는 분명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음악은 사람을 잇기 위한 언어니까요. 같은 노래라도, 같은 마음으로 듣게 만드는 세팅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