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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왜 지금 다시 불붙었나

2025년 12월 07일 · 15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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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법안 발의 이후 반대 의견이 폭증하며 사회적 논쟁이 재점화됐다. 논란의 배경과 핵심 쟁점, 대체 입법 가능성과 현실적 해법을 차분히 짚어본다.

1. 논쟁이 다시 커진 이유: 무엇이 달라졌나

최근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이 발의되자, 입법예고 사이트에 반대 의견이 단기간에 폭주하며 이슈가 급부상했다. 단순한 법률 개정 이슈를 넘어, 안보 인식과 민주주의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징적 사안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여야 공방은 익숙한 장면이지만, 이번에는 대중 여론의 반응 속도가 유난히 빨랐다. 분단 현실, 주변국 군사·정보 환경, 사이버 위협의 고도화, 그리고 국내 정치적 피로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누군가에겐 ‘표현의 자유 확대’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방패를 내리는 행위’처럼 받아들여진다.

특히 북한 관련 납치·억류, 가상자산 해킹, 군사기밀 침투 시도 같은 사건들이 언론에 반복 노출되면서 ‘지금 시점’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강해진 면이 있다. 여기에 온라인 공간에서의 급속한 프레이밍이 여론을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

2. 국가보안법 한눈에 보기: 목적과 구조

국가보안법은 1948년 제정된 특별형법으로, 반국가단체의 활동, 간첩 행위, 기밀 누설, 이적 표현물의 제작·배포 등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의 목적은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자유’ 보장에 있다.

일반 형법과 달리 수사·구속 절차가 강화되어 있고, 자수 시 형 감경, 신고자 보상 같은 특례가 존재한다. 이러한 특례는 국가안보 사범의 은밀성과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해 설계된 장치다.

구조적으로는 반국가단체 관련 규정, 잠입·탈출·간첩 규정, 회합·통신·표현물 조항, 그리고 형의 가중·감경 및 절차 특례로 나뉜다. 이 중 표현과 연계된 조항이 지속적으로 논란을 낳아 왔다.

3. 제7조 ‘찬양·고무’가 왜 쟁점인가

가장 자주 도마에 오르는 부분은 제7조, 이른바 ‘찬양·고무·동조’ 조항이다. 법 문언이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학계·법조계에서 과잉금지 및 명확성 원칙 위반 논쟁이 이어져 왔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이 조항에 대해 “국가 안전을 현실적으로 위태롭게 하는 경우로 제한 해석해야 한다”는 조건부 합헌 입장을 밝혔다. 즉 법 자체를 무효화하지는 않되, 적용 범위를 엄격히 좁혀야 한다는 취지다.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찬양’의 법적 의미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 둘째, 실제 위험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이 부분에서 수사·재판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4. 폐지 측 논거: 표현의 자유와 과잉처벌 문제

폐지 주장 측은 국가보안법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장해야 할 사상·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특정 정권에서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수사·사법 통제로 악용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체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제7조로 인해 학술·예술·시민 담론 영역에서 자기검열이 강화되었고, 북한 관련 연구·비판적 탐구마저 위축되는 부작용이 있었다는 문제의식이 강하다. 법률의 불명확성이 곧 일상의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미 형법과 통신비밀보호법, 군사기밀보호법, 국가정보 관련 법령을 통해 상당 부분 대응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든다. 즉, ‘특별법을 유지해야 하는 실익이 줄었다’는 진단이다.

5. 유지 측 논거: 대체법 공백과 안보 리스크

반면 유지 주장 측은 대체 입법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전면 폐지는 수사 공백을 낳는다고 우려한다. 간첩·이적 활동은 특성상 증거수집이 어렵고, 선제적 차단이 핵심인데, 일반 형법 체계만으로는 긴급 대응과 특례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주변 안보 환경이 악화된 시기라는 점이 강조된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 무인기 침투, 대남 공작은 형태가 계속 진화하고 있으며, 정보전·심리전이 활발하다는 현실 인식이 유지론의 배경이 된다.

요약하면, 유지론은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되, 특수한 안보 범죄에는 특수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실무 현장에서의 기소·증거 기준, 보안수사 절차의 연속성이 핵심 논점으로 떠오른다.

6. 여론 지형: 반대 급증의 배경을 해부하다

입법예고 단계에서 반대 의견이 단기간 폭증한 배경은 단순하지 않다. 첫째, ‘분단 현실’에 대한 집단기억이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점. 둘째, 국제 분쟁과 사이버 위협 뉴스가 연달아 보도되며 위험 인식이 상향 조정되었다는 점. 셋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신속한 프레이밍 전파다.

또 다른 요인은 ‘대체법이 충분한가’에 대한 불신이다. 법률 텍스트가 아무리 정교해도, 국민이 체감하는 것은 사건 발생 시 신속한 대응과 명확한 처벌 가능성이다. 이 부분에서 “지금 당장 바꾸는 건 이르다”는 여론이 강해지기 쉽다.

정치적 피로감도 무시하기 어렵다. 진영 간 공방으로 비치는 순간, 많은 시민은 ‘안전 우선’이라는 보수적 선택을 한다. 여론의 이런 관성은 위기 국면에서 더 강화된다.

7. 정말 대체 입법으로 가능한가: 형법·특별법 체계 비교

폐지론은 ‘형법과 관련 특별법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스파이·간첩에 준하는 행위는 형법상 목적범, 국가기밀보호, 통신비밀, 전자금융 범죄, 테러방지 관련 조항 등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쟁점은 수사 단계에서의 권한과 증거수집 특례, 그리고 실무상 증명책임의 무게다.

현 체계가 완전히 빈약한 것은 아니다. 다만 국가보안법이 갖는 포괄성과 특례들이 사라질 경우, 사건 초동 대응의 속도와 증거 연결고리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제도적으로 승계할 특례를 어느 법으로, 어떤 요건 하에 옮길지가 실무의 관건이다.

핵심은 ‘단계적 전환’이다. 전면 폐지든 부분 개정이든, 현장 수사·기소의 연속성과 국민 기본권 보호의 균형을 충족하는 디테일이 먼저 설계돼야 한다.

8. 표현의 자유 vs 안보, 충돌을 줄이는 설계안

8-1. 제7조의 명확화 또는 대체 규정

전면 폐지에 앞서, 모호한 구성요건을 명확화하는 방안이 있다. 예컨대 ‘현실적·구체적 위험 발생의 개연성’ 요건을 법문에 직접 삽입하고, 학술·예술·보도 목적의 행위는 면책 사유로 명시해 해석 여지를 줄일 수 있다.

8-2. 수사 특례의 분산 승계

간첩·이적 범죄에 한정한 영장 특례, 통신 자료 접근, 잠복·함정 수사의 기준을 별도 특별법(가칭 안보범죄수사절차법)으로 이관하되, 사법적 통제(사전·사후 영장, 기록개시, 변호권 보장)를 강화한다.

8-3. 인권 세이프가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독립적 국선변호 시스템을 자동 부여하고, 장기 보안수사의 기록은 일정 주기로 재판부에 비공개 보고하도록 한다. 과거 오남용을 막는 견제 장치가 확실해야 사회적 신뢰가 쌓인다.

8-4. 사이버 위협 전용 규정

가상자산 탈취, APT 공격, 위협 인지 후 24시간 내 신속 차단 명령 등 사이버전 대응 조항을 별도 강화해, 물리 안보 중심의 낡은 프레임에서 디지털 안보로 초점을 이동시킨다.

9. 해외 비교: 독일·미국·일본은 어떻게 다루나

독일은 형법에 반헌법적 단체 규정이 있고, 국가보안 관련 사안에 대해 연방헌법수호청이 정보수집을 담당한다.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보장하지만, 민주적 기본질서 침해 가능성에 대해선 단호하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로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보장하는 대신, 실질적이고 임박한 위해(clear and present danger), 대체로 ‘직접적 선동과 구체적 위험’이 결합된 경우에 형사책임을 논한다. 간첩법(Espionage Act) 등은 기밀·정보 영역에서 엄격하다.

일본은 공안조사청을 중심으로 공안사건을 관리하며, 특정비밀보호법 등으로 기밀 보호를 강화했다. 각 국은 역사·환경이 달라 직행 비교는 어렵지만, 공통점은 ‘표현은 넓게, 위해는 엄격히’라는 방향성이다.

10. 향후 시나리오: 전면 폐지, 부분 개정, 단계적 전환

시나리오 A: 전면 폐지

장점은 상징성이 크고,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을 신속히 해소한다는 점이다. 단점은 대체 법제 전환이 완성되기 전까지 수사·기소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시행 유예와 패키지 입법이 전제돼야 현실성이 생긴다.

시나리오 B: 부분 개정

제7조 명확화, 학술·보도 목적 면책, 수사 특례의 사법 통제 강화 등으로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다. 급격한 동요를 막을 수 있지만, 상징성 측면에선 양측 모두에게 미완으로 보일 수 있다.

시나리오 C: 단계적 전환

대체 특별법 제정→시행 준비→시범 적용→전면 전환의 순서를 밟는다. 행정·사법부, 정보·수사기관의 매뉴얼을 먼저 바꾸고, 감시·평가 체계를 깔아가는 방식이다. 정치적 갈등은 길어질 수 있으나, 현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11. 오해 바로잡기: Q&A로 정리하는 핵심 팩트

Q1. 국가보안법이 없어도 간첩 처벌은 가능하다?

가능은 하다. 다만 현재의 형사법 체계만으로는 증거수집·초동 대응·특례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가능’과 ‘충분’은 다른 문제다. 대체 입법의 정교함이 관건이다.

Q2. 제7조가 사라지면 북한 찬양이 전면 허용되나?

그렇지 않다. 폭력 선동, 직접적 위해를 동반한 선전은 다른 법률로도 제재 가능하다. 다만 모호한 표현으로 인한 광범위한 위축효과가 줄어드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 정확한 경계설정이 핵심이다.

Q3. 표현의 자유를 넓히면 곧 안보가 약해지나?

자동은 아니다. 해외 사례처럼, 위험 평가 기준을 정밀화하고, 수사·정보 역량을 현대화하면 양립이 가능하다. 문제는 제도 설계의 세밀함과 실행 역량이다.

Q4. 지금 당장 바꾸는 게 맞나?

현실적으로는 ‘시행 유예+패키지 전환’이 안전하다. 법률 텍스트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장의 준비도다. 제도는 종이 위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과 절차가 따라와야 한다.

12. 정리와 전망: 정치의 언어를 법의 언어로

국가보안법 논쟁은 안전과 자유 사이의 영원한 균형 찾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맞거나 틀리다’의 공방이 아니라, 어떤 제도 설계가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느냐는 질문이다. 논쟁의 온도는 낮추고, 법조문과 절차의 온기는 높여야 한다.

전면 폐지든 부분 개정이든,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제7조 논란을 끝낼 명확성. 둘째, 수사·재판 연속성을 보장할 대체 특례. 셋째, 인권 세이프가드의 체계화다.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면, 안전과 자유는 적이 아니라 동반자가 된다.

법은 현실을 따라가야 한다. 디지털·사이버 위협 시대에 맞는 새로운 규범 틀을 마련하는 일, 그게 지금 우리가 논의해야 할 ‘다음 단계’다.

관련 키워드: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표현의 자유, 안보, 제7조, 대체 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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