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란, ‘안전 우려’까지 번졌다…무슨 일이 있었나
동덕여대가 2029학년도부터 남녀공학 전환 방침을 밝히며 내부 논쟁이 증폭되고 있다. 학생·동문 간 입장차가 날카롭게 드러난 가운데, 온라인 협박 글까지 등장해 학내 구성원 안전 우려도 커졌다. 사건의 흐름과 핵심 쟁점을 한데 묶어 정리했다.
1. 무엇이 결정됐나: 2029 남녀공학 전환의 골자
동덕여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29학년도 신입생부터 남녀공학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재학생의 학적과 졸업에는 직접적인 변동이 없도록, ‘재학생 전원 졸업 이후 전환’이라는 이행 원칙을 제시했다. 학교 측은 외부 타당성 검토 결과와 공론화위원회 권고안을 수용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성교육의 역사와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계승하겠다고 설명한다.
핵심은 ‘시점’과 ‘방식’이다. 시점은 2029학년도 입학부터이고, 방식은 교육과정·학사·캠퍼스 생활 전반을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단계적 전환으로 읽힌다. 향후 학과 구조 개편, 생활관·시설 기준 개정, 성평등·성폭력 예방 시스템 재정비 등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2. 학생·동문 반발의 이유와 쟁점
반대의 핵심 논리는 대체로 세 갈래로 모인다. 첫째, 여성대학으로서의 정체성과 안전망 약화에 대한 우려다. 여대는 오랜 시간 여성 고등교육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전공 선택과 리더십 형성의 장을 제공해왔다. 전환 이후 이러한 장점이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둘째, 절차적 정당성 문제다. 공론화·설문·투표가 진행됐다 하더라도, 질문 설계·정보 제공의 균형·의사결정 반영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남아 있다. 특히 재학생의 실제 목소리가 결과에 충분히 반영됐는지, 숫자 이면의 맥락을 어떻게 해석했는지가 쟁점이다.
셋째, 단기·중장기 손익 분석의 투명성이다. 입시 경쟁력, 취업 연계, 재정 구조, 장학과 기숙사 수요, 그리고 학내 문화 변화까지 폭넓은 영향이 예상된다. 수치와 시뮬레이션을 공개하고, 전환 전후 비교 가능한 지표를 제시하라는 요구가 커졌다.
3. 안전 이슈 확대: 온라인 협박 글과 경찰 대응
논란이 이어지던 와중, 특정 SNS에 칼을 연상시키는 사진과 함께 위협성 문구가 게시되며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경찰은 관련 작성자를 추적해 검거했고, 공중협박에 대한 엄정 대응 원칙을 재확인했다. 실제 실행 의사와 무관하게 불특정 다수를 향한 위협은 명백한 범죄로 간주되며, 학내·외 커뮤니티에서도 ‘선제적 신고’와 ‘확산 자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예정됐던 오프라인 활동 일부가 연기되거나 조정됐다. 구성원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대학은 비상연락체계와 출입 안전관리, 야간 동선 점검, 신고 채널 일원화 같은 즉각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4. 대학 운영 신뢰 논쟁: 거버넌스와 투명성
전환 이슈와 별개로, 대학 운영의 신뢰도는 모든 변화의 기초 체력이다. 재정 집행의 투명성, 주요 의사결정의 기록과 공개 범위, 권고안 수용 사유와 배제 사유의 명확한 기술 등 거버넌스 전반이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구성원들은 ‘결론’보다 ‘결론에 이르는 길’을 더 면밀히 본다.
특히 공론화의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어떻게 대면하고 보정했는지가 중요하다. 다수의견 존중과 소수의견 보호는 동시에 달성해야 할 가치다. 이 균형을 잃으면 결정을 수용하더라도 감정적 반발이 오래 남는다.
5. 지역·입시 영향은? 수요·경쟁 구도 변화 읽기
남녀공학 전환은 입시 지형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통상 코에듀(co-ed) 전환은 지원 풀을 넓히는 효과가 있으나, 실제 충원율과 등록율은 브랜드 인식, 전공별 강점, 지역 접근성, 장학 패키지의 종합 결과로 좌우된다. 성북·동북권 대학들과의 경쟁, 수도권 전체 수험생 이동 경향을 함께 봐야 한다.
전공별로도 전망이 갈린다. 인문·예체능은 학내 문화와 지원체계 경험이 중요하고, 이공·디자인 계열은 산학 프로젝트·실험실 인프라·포트폴리오 성과가 관건이다. 전환과 동시에 ‘특화 영역’에 대한 선명한 약속과 실적 공개가 뒷받침되어야 수요 확대가 실질로 이어진다.
6. 여성대학의 정체성과 ‘계승’의 방식
여성대학이 쌓아온 자산은 단지 성별 분리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 리더십 육성, 안전하고 촘촘한 생활·상담 지원, 성인지 관점의 커리큘럼 축적이 핵심 자산이다. 전환이 ‘종료’가 아니라 ‘확장’이라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만들려면, 다음과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 여성 리더십 전담 트랙 및 펠로우십 상설화
- 성인지적 연구·교육센터 권한과 예산 독립
- 캠퍼스 안전 표준(조도·CCTV·순찰·동행 서비스) 상향
- 성폭력·차별 신고 시스템의 24시간 단일 창구화
- 여성 전통 강점 전공의 보호와 전략적 투자
핵심은 ‘구체성’이다. 문구가 아닌 제도, 이벤트가 아닌 구조가 남아야 한다.
7. 학내 갈등을 줄이는 절차적 해법
1) 이해관계자 맵과 상설 대화 테이블
재학생·예비 수험생·동문·교직원·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를 구분하고, 정례 대화 테이블을 상설화해 의제별로 분리 논의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전체 회의만으로는 감정과 정보가 뒤엉키기 쉽다.
2) 데이터 룸 공개
전환의 근거가 된 핵심 지표(지원자 추세, 충원율, 재정 시뮬레이션, 시설 투자 계획, 안전 지표)를 가급적 원자료 수준으로 열람 가능하게 하자. 구성원은 ‘결론’보다 ‘근거’에 설득된다.
3) 독립적 검증
외부 기관의 방법론 검증과 결과 재현성 검토를 받는 과정은 의사결정의 신뢰도를 끌어올린다. 보고서 초안·최종안, 반대 의견서와의 합의·비합의 지점을 병기하면 투명성이 높아진다.
4) 안전 프로토콜 고도화
위협 게시물 대응 매뉴얼, 신고-차단-수사의 연계 속도, 커뮤니케이션 창구 일원화, 루머 팩트체크 보드 운영을 정례화한다. 이는 논쟁과 관계없이 필수 인프라다.
8. 비교 사례: 전환 대학들이 남긴 교훈
국내외에서 단성 대학이 코에듀로 전환한 사례는 적지 않다. 공통적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인 요소는 명확했다. 첫째, ‘핵심 정체성의 재정의’다. 여성 지원의 가치를 없애는 대신 범위를 확장해, 장학·멘토링·연구에서 여성 맞춤 자원을 유지·강화했다.
둘째, ‘전환 3~5년 로드맵’의 구체성이다. 학과 개편, 신입생 비율, 안전·생활 인프라 개선, 학생지원 인력 확충을 연도별로 쪼개 실행했다. 셋째, ‘성과 공개’다. 입결·충원율, 취업·창업 지표, 안전 리포트, 성평등 지수 등을 주기적으로 공개해 오해를 줄였다.
이런 프레임을 동덕여대에 대입하면, 전환의 성패는 ‘특화 가치 유지’와 ‘데이터 투명성’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9. 앞으로의 타임라인과 체크포인트
지금부터 2029학년도까지는 준비 기간이다. 현실적인 체크포인트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 ’연 2회’ 공개 점검: 안전·입시·재정·시설의 중간 보고
- 커리큘럼 재설계: 성인지 교육 필수화, 학과별 산업 연계 캡스톤 강화
- 캠퍼스 안전 인프라: 야간 동선, 비상벨, 출입통제, 심리상담 증설
- 입시 커뮤니케이션: 변경사항·장학·기숙사 정책의 조기 공지
- 동문 협력: 멘토링·인턴십·장학 매칭 프로그램 확대
특히 1~2년 차에 가시적인 안전·생활 품질 개선 성과를 보여주면, 전환을 둘러싼 불안이 완만해질 가능성이 있다.
10. 정리: 지금 필요한 것은 ‘설득 가능한 데이터’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논란은 가치의 대립이자 신뢰의 시험대다. 감정의 온도를 낮추는 가장 빠른 방법은 데이터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반대 의견을 정책 설계에 반영한 흔적을 남기며, 안전을 독립 과제로 관리할 때 갈등은 줄어든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지킬 것인가’다. 여성교육이 축적한 자산을 제도와 예산으로 지켜내며, 전환이 가져올 기회를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 그 과정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을 때, 논쟁은 설득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