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조씨’의 역주행…추성훈, 2025 유튜브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1위
정제되지 않은 일상, 소탈한 먹방, 그리고 특유의 ‘아조씨’ 캐릭터.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 추성훈이 유튜브 2025 연말 결산에서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1위에 올랐습니다. 첫 영상 공개 후 1년여 만에 폭발적인 구독자 증가를 이끌어낸 배경을 정리했습니다.
왜 지금, 왜 추성훈인가
올해 유튜브 결산에서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타이틀을 거머쥔 인물은 화려한 편집이나 거대한 제작비와는 거리가 멉니다. 추성훈의 영상은 대체로 단출합니다. 집, 식당, 체육관 같은 일상 공간에서 일어나는 작은 장면들이 전부죠. 그런데 이 단출함이 오히려 힘이 됐습니다. 정직한 화면에서 시청자는 ‘꾸밈없는 재미’를 바로 캐치합니다.
플랫폼은 더 이상 과시형 브이로그만을 원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보고 싶어 하죠. 격투기 선수로서의 카리스마는 줄이고, 남편이자 아빠이자 동네 형 같은 모습을 최전면에 내세운 것이 타이밍과 맞아떨어졌습니다.
채널 성장의 분기점이 된 ‘리얼 일상’
구독자를 크게 끌어올린 계기는 집을 그대로 공개한 영상이었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공간, 생활의 흔적이 낱낱이 드러난 화면이 시청자에게 역설적으로 신선했습니다. 수천만 원짜리 인테리어보다 솔직함이 더 큰 공감을 부른 셈입니다.
영상 이후 확산된 이야기들은 더 큰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의 거리감이 거의 없는, 말 그대로 생활의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는 점이 핵심이었죠. 결과적으로 이 콘텐츠는 채널의 상징처럼 회자되며 신규 시청자를 대거 유입시키는 관문이 됐습니다.
먹방이 만든 신뢰: 스테이크 집 이야기 그 후
먹방은 채널의 또 다른 축입니다.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집’을 소개하는 방식이 일관되게 이어졌습니다. 특히 스테이크 식당 영상은 가게 사장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장면이 많이 담기면서, 정보와 인간미가 함께 남는 편으로 입소문을 얻었습니다.
영상 공개 이후 해당 식당이 바빠졌다는 후일담은 ‘진정성이 통했다’는 증거로 자리 잡았습니다. 단순한 맛집 소개가 아니라, 오래 다닌 단골집을 응원하는 태도가 신뢰로 연결된 것입니다. 시청자도 “나도 저런 곳 하나쯤은 알고 싶다”는 소박한 욕구를 채워나갔죠.
‘아조씨’ 캐릭터와 언어의 힘
말투는 캐릭터를 결정합니다. 추성훈의 “아조씨”라는 자기 지칭은 스스로의 이미지를 편안하게 낮추고, 보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격투기 영웅의 엄중함 대신, 옆자리에서 반찬을 집어주며 “많이 먹어”라고 말할 것 같은 친근함이 생깁니다.
이런 언어적 특징은 짧은 클립으로 잘라져도 힘을 발휘해, 쇼츠·SNS 재확산에 유리합니다. 결과적으로 롱폼과 쇼츠가 함께 순환하며 채널 전체 체류 시간을 끌어올리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유튜브가 본 성공 요인: 콘셉트와 일관성
유튜브는 올해 결산에서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뚜렷한 콘셉트’를 상위권의 공통점으로 꼽았습니다. 추성훈 채널은 가벼운 장난같이 시작한 일상 기록이지만, ‘날것의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로 일관성을 확보했습니다.
콘텐츠 구조의 단순함
복잡한 장치 없이, 한 가지 장면을 길게 밀어붙입니다. 편집은 느슨하지만, 사람을 오래 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이 단순함이 역설적으로 강력한 차별점이 됐습니다.
개인 서사의 축적
가족, 운동, 식사라는 루틴이 반복되면서 ‘사람 이야기’가 켜켜이 쌓입니다. 시청자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사람 자체’를 구독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구독 전환율을 높이는 핵심으로 작용합니다.
대중 반응의 결: 공감, 웃음, 그리고 참여
댓글을 뜯어보면 세 가지 키워드가 보입니다. “저 집 우리 집 같다”는 공감, “아조씨 말투가 웃기다”는 유머, “다음엔 어디서 먹나요?” 같은 참여입니다. 시청자는 단순 시청자가 아니라, 다음 장면을 함께 기대하는 동료처럼 반응합니다.
이 구조는 커뮤니티화로 이어집니다. 자주 등장하는 가게는 팬덤이 생기고, 영상 속 일상 소품도 재밌는 상징이 됩니다. ‘생활이 곧 세계관’이 된 사례죠.
데이터로 보는 인기: 조회수와 구독자 흐름
집 공개 영상은 1천만 회를 넘기며 경로 외 확산(검색·추천 외 커뮤니티 공유)을 유도했습니다. 이런 바이럴은 새로운 시청자 풀을 모으는 촉매가 됩니다. 이후 업로드되는 먹방·일상 영상이 이 유입을 단단히 붙잡아, 구독 전환과 재방문을 이끌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한 편 대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복 시청 가능한 포맷과 친근한 화자의 힘이 누적된 결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즉, 우연보다 구조의 승리입니다.
스포츠 스타의 2막, 플랫폼에서 완성되다
경기장에서 증명된 커리어가 플랫폼에서 곧장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카메라 앞 태도, 편집 감, 시청자와의 거리 조절은 또 다른 역량이죠. 추성훈은 선수로서의 강함을 콘텐츠의 중심에 두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람 추성훈’을 전면에 내세웠고, 이것이 대중의 기억 속 이미지를 업데이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스포츠 스타의 2막은 방송국이 아닌 개인 채널에서 완성됐습니다. 브랜드 협업이나 방송 출연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토대가 마련된 셈입니다.
크리에이터들에게 주는 시사점
1) 완벽함보다 일관성
매번 대작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세계관, 같은 태도로 가볍게도 꾸준히 올리면 됩니다. 일관된 톤이 신뢰를 만듭니다.
2) 장소보다 사람
멋진 배경은 곁가지입니다. 결국 시청자는 인물의 말투, 표정, 작은 습관을 기억합니다. ‘사람을 찍는 채널’이 유리합니다.
3) 한 줄 캐릭터
“나는 이런 사람이다”를 단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추성훈의 ‘아조씨’처럼 가볍고 반복 가능한 표현은 강력한 기억 장치가 됩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첫째, 롱폼과 쇼츠의 균형입니다. 긴 호흡의 일상 기록과 짧은 하이라이트가 서로를 밀어주는 구조가 이미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 균형을 유지하는지가 관건입니다.
둘째, 지역성과 글로벌성의 교차입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생활 반경은 콘텐츠의 지평을 넓힙니다. 두 문화권의 음식, 체육관 문화, 생활 양식의 차이는 여전히 풍부한 소재입니다.
셋째, 협업의 방향성입니다. 과장된 PPL보다 자연스러운 동행형 협업이 채널 톤과 맞습니다. 시청자는 ‘함께 가본다’는 경험에 더 호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