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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바다서 ‘노 젓는 다리’ 신종 요각류 포착 국내 첫 신과·신속 가능성

2025년 10월 23일 · 19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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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주변 암초와 모래 퇴적에서 세계적으로 보고된 적 없는 요각류 신종 2종이 관찰됐다. 한 종은 ‘새로운 과’, 다른 한 종은 ‘새로운 속’으로 제안될 예정으로, 독도 생태계의 독자적 진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왜 지금, 왜 독도인가

독도는 작지만 조건이 극명하게 갈리는 섬이다. 파도가 센 날이 더 많고, 화산성 암반 사이사이로 미세한 퇴적물 포켓이 형성된다. 이런 곳엔 크고 화려한 생물 대신,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존재가 보이는 아주 작은 생물들이 영역을 넓힌다. 이번 요각류 신종 2종 역시 그런 환경에서 포착됐다. 장소는 가재바위, 해녀바위, 독립문바위 일대의 암초와 모래 퇴적 구간. 바다의 거친 리듬 속에서도 미세한 서식처가 유지되는 지점들이다.

연구진은 중형 저서동물 분류학적 조사를 계획적으로 진행했다. 요각류는 바다 먹이망의 기초를 받치는 종이므로 발견 자체가 곧 생태계 건강도를 비추는 창이 된다. 신종 2종은 형태적 차이가 분명해, 단순히 “새로운 종”이 아니라 학계 체계를 바꿀 수 있는 ‘신과’ ‘신속’ 제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확인됐다.

신종 발견의 핵심 포인트 한눈에 보기

  • 확인 위치: 독도 서도·동도 인근 암초와 모래 퇴적대(가재바위·해녀바위·독립문바위)
  • 분류학적 소속: 갈고리노벌레목(Harpacticoida) 요각류 2종
  • 의의: 1종은 새로운 ‘과’, 1종은 장군여왕노벌레과(Thalestridae) 내 새로운 ‘속’ 후보
  • 생태적 특징: 독특한 퇴적물 환경에 적응한 미세 형태 및 운동성
  • 파급효과: 섬 생물지리학의 핵심 자료, 국내 생물주권 강화의 근거

‘노 젓는 다리’ 요각류란 무엇인가

요각류는 갑각류의 한 무리로, 이름처럼 미세한 다리로 물을 가르며 헤엄친다. 몸길이는 대체로 1~4mm. 이 크기가 작다고 해서 역할까지 작은 건 아니다. 어류 유생의 주요 먹이원이자, 유기물 순환의 거점이다. 우리가 ‘바다가 건강하다’고 말할 때, 사실 그 바닥에는 요각류 같은 미소생물의 활약이 깔려 있다.

갈고리노벌레목은 저서성(바닥 생활)에 특화된 군으로, 촘촘한 모래와 갯틈, 해조류 표면을 누비며 산다. 체형은 납작하거나 유선형에 가까워 퇴적물 사이를 미끄러지듯 통과한다. 관찰이 어려운 만큼 새로 발견되는 형태적 변이가 많고, 이번 독도 신종처럼 고립된 환경에서 환원·강화된 형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현장에서 벌어진 일들 채집부터 확인까지

현장 조사는 9월 초, 너울성 파도가 잦아드는 간극을 노려 진행됐다. 채집 도구로는 표준 코어러(core)와 세절망(sieve), 미세 퇴적물 분리를 위한 분획망이 쓰였고, 암초 표면의 미소서식처는 살수와 흡인 장치를 병행해 시료를 확보했다. 이후 실험실에서 분획된 시료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형태적 특징을 기록했다.

형태학적 기준에는 더듬이의 마디 수와 가시 배열, 다리의 분절 비율, 구기(입 부분)의 구조 같은 세부 항목이 포함된다. 이번에 포착된 개체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 군과 뚜렷하게 갈렸다. 하나는 기존 과 분류로 수렴되지 않는 조합을 가지며, 다른 하나는 장군여왕노벌레과 내부에서 새로운 속을 세울 만큼 변별력이 충분했다.

새로운 과와 속 어떤 차이가 있나

분류 체계에서 ‘과’는 ‘속’보다 상위 단계다. 새로운 ‘과’ 후보라는 건, 해당 종이 기존의 여러 속들을 묶어주는 큰 틀에조차 들어맞지 않을 만큼 독립적인 특징을 가졌다는 뜻이다. 반면 ‘새로운 속’은 과 내부에서 가지를 하나 더 친다고 이해하면 된다. 두 결과는 모두 큰 발견이지만, 신과 제안은 분류학적으로 특히 높은 파급력을 가진다.

이번 사례에서 신과 후보는 다리의 분절 비와 가시 배열, 체절 간 연결부의 형태가 기존 갈고리노벌레목의 알려진 과들과 겹치지 않는 조합을 보였다고 알려졌다. 신속 후보는 장군여왕노벌레과의 핵심 형질은 공유하되, 유영과 저서 생활을 오가며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특정 부위가 변형된 점이 눈에 띄었다.

독도라는 화산섬이 만든 진화의 실험실

독도는 고립된 화산섬이다. 연안에서 떨어져 있어 유입·유출이 제한되고, 파력과 조류가 거세 서식처가 자주 재편된다. 이런 환경은 두 가지를 동시에 만든다. 외부 종 유입의 장벽, 그리고 내부 적응의 가속. 미세한 퇴적물 입도 분포, 화산암 틈의 미세 지형, 계절별 수온과 영양염의 변화가 겹치면서, 작은 생물에게는 완전히 다른 ‘행성’이 된다.

섬 생물지리학에서 이런 고립과 변동성은 종분화의 촉진 요인으로 꼽힌다. 독도에서 신종이 잇달아 보고되는 배경엔, 단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러한 환경적 필터가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요각류처럼 세대 교체가 빠른 무리는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짧은 시간에도 형태적 차이를 축적할 수 있다.

어업과 해양 건강에 주는 실제적 의미

요각류는 어류 유생 단계의 필수 먹이로 기능한다. 특정 해역의 요각류 구성이 바뀌면, 그 해역에서 처음 살아가는 물고기들의 생존률이 달라질 수 있다. 신종 발견 자체가 곧 어획 증가로 직결되진 않지만, 먹이망의 기반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안정적인 먹이망은 예측 가능한 어장 환경을 만든다.

또한 요각류는 수질과 퇴적 환경의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한다. 특정 성분의 미세 플라스틱이나 중금속 노출에 따라 개체군 구조와 행동성이 바뀌기 때문이다. 앞으로 독도 해역의 요각류 장기 모니터링이 정교해지면, 변화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해 해양 보호 구역 관리나 어장 정책에 반영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국제 학계 보고 절차와 이후 로드맵

연구진은 내년 상반기 국제 학술지에 투고를 예고했다. 신종 기술 논문은 형태학적 진단(character), 상세 도해, 측정값, 비교표, 표본 보관처(타입 표본) 등을 포함한다. 동정 키(key) 업데이트와 함께 신과·신속 제안이 정식 게재되면, 이후 관련 군 전반의 재정리가 이어질 수 있다.

그다음 단계는 분자 계통 분석의 보강이다. 미토콘드리아 및 핵 유전자 마커를 사용해 갈고리노벌레목 내부에서의 위치를 재확인하고, 형태와 유전자 신호가 일치하는지 검증한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국제 생물다양성 데이터베이스와 해양 관측 네트워크로 공유돼 전 지구 규모의 비교 연구에도 쓰인다.

자주 묻는 질문 연구진이 밝힌 단서들

Q1. 현장에서 바로 신종인지 알 수 있나?

대부분은 실험실 단계에서 판별된다. 현장에서는 표본 상태를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고, 세밀한 분절 비율·가시 배열 등은 고배율 관찰과 측정이 필요하다.

Q2. 왜 독도에서 자주 새로운 기록이 나오나?

고립성과 거친 해양 물리 환경이 겹치며, 작은 생물에게 매우 특이한 서식처가 반복적으로 형성된다. 미세한 퇴적물 포켓, 암반의 틈, 계절성 변동이 결합해 독자적 적응을 촉진한다.

Q3. 보호대상으로 지정되나?

신종 자체가 즉시 보호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식 환경을 보전해야 하므로, 해당 미소서식처를 해치는 요인을 줄이는 방향의 관리가 논의된다.

앞으로의 과제 장기 모니터링과 데이터 개방

첫째, 계절·연도 단위의 장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신종이 일시적 출현인지, 지속적인 개체군을 이루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점(Station)별 반복 채집과 표준화된 분획·동정 프로토콜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생태 기능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먹이 구성, 포식자-피식자 관계, 미세 서식처 내 경쟁·공존 양상을 실험과 현장 관측으로 엮어야 한다. 작은 몸집이라도 생태계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분자 자료의 축적과 공개다. 형태학만으로는 잔차 문제가 남을 수 있어, 바코드 시퀀스(예: COI)와 핵 유전자 마커를 정리해 국제 데이터베이스와 공유하면 재현성이 높아진다. 이는 후속 연구진이 같은 군을 만났을 때 빠르게 비교·확인하는 길을 열어준다.

현미경 너머의 이야기 작고 단단한 발견

바다 연구는 거대한 고래나 산호만을 다루지 않는다. 현미경 한 렌즈 너머에 있는 1mm 생물의 변형이 생태계를 지탱한다. 독도에서의 이번 발견은 “작은 것이 큰 것을 지탱한다”는 오래된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신종이라는 이름표가 붙는 순간은 짧지만, 그 뒤에 이어질 분류 재정비, 먹이망 해석, 보전 정책의 정교화는 길고 실용적이다.

독도를 읽는 또 하나의 방법

흔히 독도를 역사나 지정학의 언어로만 이야기한다. 하지만 과학은 같은 섬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 거친 파도, 검은 바위,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다리를 노처럼 저어가는 요각류. 이름도 없던 생물이 한 계통을 새로 세울 만큼 독자적으로 진화했다면, 그 섬을 지키는 방식도 조금 더 섬세해져야 한다.

작은 생물을 알아볼수록, 섬은 더 크고 입체적인 공간이 된다.

정리: 독도 주변에서 확인된 요각류 신종 2종은 각각 신과·신속 제안이 가능한 형태적 특징을 지니며, 섬 생물지리학과 해양 생태 관리에 실질적 근거를 제공한다. 향후 국제 학술지 보고와 분자 자료 축적, 장기 모니터링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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