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3’ 이제훈, 김성규와 정면 승부… 빌런의 섬에서 터진 역대급 심리전
폭주하는 악을 되돌리는 건 결국 사람의 판단과 숨, 그리고 말의 힘이었다. ‘복수 대행 설계자’ 김도기(이제훈)가 ‘범죄 설계자’ 고작가(김성규)를 상대로 단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서사를 쌓아 올리며 빌런의 섬에서 돌아섰다. 시청률이 증명한 긴장도만큼, 다음 화를 기다리게 만드는 떡밥들이 정교하게 놓였다.
1. 긴장감의 정점: 빌런의 섬 ‘삼흥도’가 특별했던 이유
‘모범택시3’ 13화의 무대는 외부의 눈이 차단된 섬, 삼흥도였다. 이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악이 어떻게 조직화되고 외부 감시로부터 스스로를 격리하는지 보여주는 장치로 작동했다. 섬 전체가 하나의 본사이자 보안 시스템이었고, 외부인의 동선을 통제하는 방식은 관객에게 폐쇄적 긴장을 체감하게 했다.
섬에 입성한 무지개 다크히어로즈는 진행되는 모든 순간이 검증의 연속임을 깨닫는다. 검증이 끝나면 곧바로 제거가 이어지는, 가차 없는 운영규칙은 이 조직의 성격을 단번에 설명해 준다. “들어오는 건 허락할 수 있어도, 나가는 건 허락하지 않는다”라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이 세팅이 특별한 이유는 악을 감추는 방식에 현실성이 있다는 점이다. 범죄 컨설팅이라는 상품의 본질은 익명성과 폐쇄성인데, 삼흥도는 그 철학을 지리적 환경으로까지 확장해 낸다. 덕분에 에피소드의 긴장감은 공간 자체에서 이미 절반 이상 완성된다.
2. 이제훈의 심리전: 사실과 서사의 결합
김도기는 자신을 ‘범죄 창업 희망자’로 포지셔닝하며 진실과 거짓을 정교하게 섞었다. 핵심은 기록으로 검증 가능한 팩트를 골자로 삼고, 그 사이를 설득력 있는 동기로 메워 ‘의심의 여지’를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상대가 의심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반박 가능한 틈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다.
독대 장면에서 그는 고작가의 질문을 정면으로 피하지 않는다. 대신 맥락을 확장해 의문의 초점을 흐리고, 결론이 아닌 과정을 강조한다. 이야기의 구조가 탄탄하면, 의심은 감정적 피로에 지고 만다. 이 장면에서 이제훈은 ‘말의 속도’와 ‘호흡’을 절묘하게 조절하며 시청자의 심박수를 끌어올렸다.
의심을 이기는 것은 큰 소리가 아니라, 빈틈 없는 맥락이다.
결국 고작가가 믿음을 ‘한 번’ 허락하는 순간이 온다. 이 한 번의 신뢰가 극의 후반 전개를 위한 통로를 열고, 시청자는 다음 함정의 존재를 직감한다. 심리전은 이기는 순간보다, 이긴 직후가 더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3. 범죄를 ‘설계’하고 ‘판매’하다: 삼흥도 빌런즈의 운영법
이번 화가 유독 섬뜩했던 이유는 범죄를 ‘서비스’로 전환하는 방식이 실제 비즈니스 모델처럼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고작가는 범죄의 시나리오를 쓰는 설계자, 여사장은 이를 시스템화하는 프로그래머, 육지의 횟집은 물류 허브로 기능한다. 연등에 기록된 컨설팅 정보는 데이터베이스의 변주처럼 보였다.
이 구조의 소름 끼치는 지점은 표면상 역할 분담이 합법적 일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소재 발굴, 설계, 키트 제작과 배송, 고객 검증과 오퍼레이션까지. 하나의 스타트업처럼 정교한 파이프라인이 유지된다. 범죄의 수요가 정교해질수록, 공급도 고도화된다.
이 설정은 단순한 극적 장치가 아니다. 플랫폼 시대의 범죄가 어떻게 비가시화되고, 누군가의 ‘업무’로 둔갑하는지 보여주는 은유다. 그래서 삼흥도의 시퀀스는 시청 후에도 오래 남는다. 불편할 만큼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4. 납치, 위장, 독대: 살얼음판에서 택한 단 하나의 전략
장대표와 팀원들이 납치되자, 도기는 동업자라는 설정으로 일관성을 밀어붙인다. 이 전략의 포인트는 정보의 ‘공유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업자라면 서로의 시간표와 업무 동선에서 일치하는 데이터가 남을 수밖에 없다. 도기는 그 흔적을 진술에서 재현한다. 기록으로 반박하기 어려운 디테일이 의심을 무디게 만든다.
그와 동시에 그는 위험을 분산하지 않는다. 고작가와의 배팅에 올인한다. 심리전에서 분산 전략은 안전해 보이지만, 집중도가 떨어지고 의심의 틈을 만든다. 도기는 공포를 관리하며 시선을 한 지점에 고정한다. 단순하지만 가장 어렵다.
이 시퀀스가 흥미로운 건, 액션 없이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는 점이다. 고조된 음악 대신 정적의 틈을 활용하고, 시선과 호흡으로 긴장을 부풀린다. 보는 입장에서는 한마디, 한숨, 한 번의 고개 끄덕임까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5. 살아남은 기자의 증언과 복수 의뢰의 개시
삼흥도에서 홀로 살아남은 봉기자의 등장은 내러티브의 방향을 바꾼다. 그가 건넨 파편화된 취재 노트는 무지개 다크히어로즈가 갖고 있던 단서들과 결합되며 하나의 지도처럼 완성된다. 그리고 그 지도를 따라 복수 대행 서비스가 새롭게 개시된다.
봉기자의 동기는 단순한 정의감이 아니다. 억울하게 죽은 선배를 위한 사적인 복수다. 그래서 그의 의뢰는 ‘모범택시’ 세계관과 찰떡처럼 맞물린다. 제도 바깥의 정의를 요청하는 개인의 절박함, 그것이 이 시리즈를 붙들고 온 핵심 정서다.
흥미로운 건, 이 증언이 도기의 위장 신뢰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내부에서 얻은 제한된 접근권과 외부에서 확보한 장기 취재의 조각이 합쳐져, 다음 단계의 함정을 설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6. 사업 설명회의 진짜 목적은 무엇이었나
도기가 초대받은 공식 사업 설명회는 명분상 고객 선별과 파트너십 체결 자리지만, 실상은 마지막 관문이자 처형의 무대다. 신규 가입자들이 눈앞에서 제거되는 장면은 삼흥도의 규칙을 분명히 선언한다. “우린 신뢰를 주지 않는다. 신뢰를 시험한다.”
여기서 핵심은, 고작가가 왜 도기에게만 ‘한 번의 믿음’을 허락했는가다. 합리적 의심을 전제로 하는 운영자에게 흥미는 곧 잠재적 위험이다. 그는 도기의 서사에서 통제 가능한 위험과 통제 불가능한 위협을 구분하려 한다. 즉, 도기가 유용한가, 위험한가의 경계에서 호기심이 승리한 순간이다.
이 장면이 남기는 질문은 명확하다. 고작가가 내민 손은 악의 초대장일까, 함정의 문고리일까. 다음 화의 균열은 바로 이 손등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7. 배우 이제훈의 장점이 빛난 순간들
이제훈의 강점은 눈빛과 호흡으로 ‘말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데 있다. 과장된 액션 없이도 설득력이 완성되는 이유다. 독대 장면에서 보이는 미세한 안면 근육의 긴장, 질문을 듣고 0.5초 멈춘 뒤 답을 꺼내는 리듬은 캐릭터가 거짓을 말하더라도 ‘진심처럼’ 보이게 만든다.
또 하나, 그는 상대의 템포를 무너뜨리는 타이밍을 알고 있다. 대사가 끝날 즈음,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끝을 낮춘 뒤 상대에게 ‘추가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방식은 심리전의 상수다. 수세에 몰린 듯 보이지만, 실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순간이다.
이 장점은 시즌3에서 더 확장됐다. 전작들이 물리적 액션과 정의 구현의 카타르시스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번 시즌은 정보전과 내러티브 설계의 힘을 밀어 올린다. 이제훈의 연기 톤이 이 전환에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8. 시즌3가 던지는 동시대성: 범죄의 플랫폼화
삼흥도의 시스템은 오늘의 디지털 현실을 비튼다. 표면적으로 합법적인 업무가 이어지듯, 범죄도 기획·유통·검증·결제의 과정으로 쪼개져 ‘일’처럼 보이게 된다. 익명성과 폐쇄성은 온라인에서 이미 검증된 수단이고, 섬은 그 물리적 아날로그 버전일 뿐이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단순한 악당 처단극을 넘어선다. 우리가 시스템을 믿는 순간, 시스템은 악을 숨길 수도 있다는 역설. 그래서 연등 장부가 던지는 상징은 묵직하다. 데이터가 신성불가침해 보일수록, 그 뒤편에서 누군가는 기록을 욕망의 증거로 바꿔치기한다.
결국 ‘모범택시3’는 질문을 던진다. 정의는 어디까지 위탁할 수 있는가. 피해자에게 대행되는 복수와, 고객에게 대행되는 범죄. 둘 다 아웃소싱이라면, 경계는 어디에 그어야 하는가.
9. 다음 화 관전 포인트: 신뢰, 균열, 그리고 반전
1) 고작가의 선택
도기에게 허락한 ‘한 번의 믿음’이 어디까지 유지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의심이 돌아오는 순간, 그는 감정이 아닌 계산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계산은 냉정하고, 냉정은 잔혹하다.
2) 내부 조력자 변수
봉기자의 증언은 삼흥도 지도에 빈칸을 남겼다. 그 빈칸을 메우는 건 내부의 균열이다. 설계-물류-프로그램 체인의 어느 지점이건 약한 고리가 드러날 수 있다. 약한 고리는 보통 가장 효율적인 곳에서 나온다.
3) 사업 설명회의 후폭풍
공개 처형은 공포를 각인시키는 동시에 자만을 낳는다. 빌런즈가 과감해질수록, 실수의 확률도 올라간다. 도기는 그 빈틈을 기다릴 것이다.
4) 팀의 회복력
납치를 겪은 팀은 일시적으로 보수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무지개 다크히어로즈의 강점은 서로의 역할 신뢰다. 다음 화에서 역할 재배치와 백업 플랜의 정교함이 관전 포인트다.
10. 한줄 총평과 시청 가이드
총평: 칼보다 날카로운 건 이야기였다. 13화는 말의 설계로 악을 흔드는 드라마의 본령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시청 가이드로는 두 가지를 추천한다. 첫째, 독대 장면을 다시 보면 질문-답변의 리듬이 어떻게 전세를 바꾸는지 읽힌다. 둘째, 연등 장면의 디테일을 체크하면 빌런즈의 계층 구조가 더 명확해진다. 이런 재시청 포인트는 다음 전개를 추리하는 데 꽤 유용하다.
한편, 이번 화의 시청률은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숫자가 말해주는 건 단순한 인기가 아니라, 이야기가 가진 압력과 밀도다. 다음 화가 그 압력을 어디로 터뜨릴지, 기대해 볼 만하다.
#이제훈#모범택시3#김성규#심리전#삼흥도